[르포]정자교 사고 이후 달라졌나...철도 주변시설 안전점검 동행해보니

[르포]정자교 사고 이후 달라졌나...철도 주변시설 안전점검 동행해보니

인천=김지은 기자
2023.05.25 05:00
24일 오후 인천시 운연역 선로 옆에서 시설물 점검에 나선 신현완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겸임교수 등이 급경사지 경사면 토사 유실 방지를 위해 쌓은 돌망태 옹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24일 오후 인천시 운연역 선로 옆에서 시설물 점검에 나선 신현완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겸임교수 등이 급경사지 경사면 토사 유실 방지를 위해 쌓은 돌망태 옹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여기 돌망태 보시면 약간 헐거워졌어요. 사이 사이에 빈공간이 생겼잖아요. 이런 부분은 계속 살피면서 공간을 채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24일 오후 인천시 2호선 운연역 선로 앞. 신현완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겸임교수는 경사로를 따라 축대처럼 쌓여 있는 돌망태 앞에 멈춰섰다. 지난 2월 인천교통공사가 선로 옆 비탈길 사면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옹벽이었다.

처음에 시공했을 때만 해도 철사로 된 망태 안에는 돌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돌이 빠져나가 망태가 헐거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되면 옹벽이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인천교통공사 안전관리팀 직원은 "그 부분에 계속 신경쓰고 살펴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가 붕괴된 이후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7일부터 '대한민국 안전대전환 집중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16일까지 교량 터널, 건설현장, 물류시설, 산사태위험지역 등 총 2만5000여개의 노후·고위험 시설을 집중 점검한다. 인천시도 이날 인천교통공사 직원들, 지질 관련 외부 자문가와 함께 인천대공원역~운연역 선로 방면 급경사지 사면을 집중점검했다.

2015년 개통한 인천 운연역은 선로를 가운데로 두고 양쪽에 급한 경사면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2015년 개통한 인천 운연역은 선로를 가운데로 두고 양쪽에 급한 경사면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2015년 개통한 인천 운연역은 지형이 특이하다. 선로를 가운데로 두고 양쪽이 급한 비탈로 이뤄져 있다. 평평했던 땅을 깎고 구덩이를 파서 열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선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눈이 얼었다가 녹는 2~3월, 비가 많이 오는 6~8월엔 운연역은 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빗물이 흙을 타고 아래로 흘러 넘치게 되면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집중호우 때 빗물이 선로쪽으로 흘러 넘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에도 근처 하천 제방이 무너져 급경사지 경사면에서 토사가 유실됐다.

인천교통공사 천상우 토목궤도팀 부장은 "흙이 밖에서 들어오는 물을 계속 머금으면 하중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쓰러져버린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측구 배수로, 돌망태 옹벽, 차수판 등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선로 옆 급경사지에는 CC(폐쇄회로)TV를 비롯한 차수벽, 돌망태 옹벽, 빨간 깃발들이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빨간 깃발 아래엔 계측기 센서가 매립되어 있다"며 "비탈진 각도가 심해지면 센서가 인식해서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하얀색 차수판과 배수로는 애초에 빗물이 선로쪽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신 교수는 이날 곳곳에 설치된 안전 시설물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한 손에는 사면 분야 안전점검표,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이곳 저곳을 사진으로 찍었다. 안전점검표에는 균열 발생 여부, 뜬 돌 존재 여부, 배수공 막힘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는 항목들이 적혀있었다. 그는 '시설물의 경우 용역 업체가 따로 있는지' '시스템 안전 관리 교육은 따로 받았는지' '시설물 설치 전에 사면이 유실된 적은 없는지' 등을 하나하나 물어봤다.

24일 오후 인천시 운연역 선로 옆 모습. 비탈진 경사 안에 배수로를 설치해뒀다. /사진=김지은 기자
24일 오후 인천시 운연역 선로 옆 모습. 비탈진 경사 안에 배수로를 설치해뒀다. /사진=김지은 기자

현장에서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천 부장은 정자교 사고 붕괴 이후 안전 점검에 더 신경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도 외관 조사를 할 때 구조적인 부분, 안전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쓴다"며 "외부 특별 점검도 많아져서 점검 주기도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당장 개선을 하지 못하는 시설이 많다. 천 부장은 "올해 책정된 본예산은 지난해 10월에 결정된 내용"이라며 "오늘 같이 안전점검을 나서고 난 뒤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하면 추경 예산을 세워서 예산을 책정하고 다시 발주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데 최소 5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고장이 난 것들을 수리하는 '수리유지비'가 마련돼 있는데 비용이 고정돼 있다 보니 마음대로 예산을 늘릴 수가 없다"며 "앞으로 보강해야 할 것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시행하려면 결국 추가적인 예산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주민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숙제다. 인천 운연역의 경우 주변이 밭, 과수원 등 개인 사유지로 둘러 쌓여있다. 배수로 등을 추가로 설치하려면 결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차 부장은 "아무래도 개인 사유지다보니 외부 시설물이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는 분도 계시다"며 "그런 분들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안전관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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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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