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제품 사기엔 너무 비싸요. 중고 거래로 구하려구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목돈을 써야 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소비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혼수의 필수 항목인 가전제품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구하는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에 동참하고 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식장 등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금액을 제외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오는 6월 결혼 예정인 A씨(30대)는 결혼식과 신혼집을 동시에 준비하며 고물가를 체감 중이다. 특히 신혼부부 사이에서 '3신기'로 불리는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가전제품과 가구 가격이 부담스럽다.
A씨는 10일 "처음엔 새로 다 사고 싶었지만, 막상 가격을 보니 일부 제품은 현실적으로 중고도 생각하게 됐다"며 "침대나 전자제품은 새 제품을 구매하겠지만 책장이나 작은 협탁 정도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할 것 같다"고 했다.
올 하반기 결혼을 앞둔 20대 김모씨도 "가전제품과 가구가 비싸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김씨는 "가전·가구는 진열상품이나 출시된 지 좀 된 상품으로 찾아볼 예정이고 정말 필요한 것만 구매할 것"이라며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이케아에서 손품·발품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 부천시에 신혼집을 꾸릴 예정이라는 공모씨는 "잠깐 쓰고 안 쓰게 될 물건들은 중고 거래나 다이소, 이케아 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새 가전제품 구매에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연간 가전제품 판매액은 31조1846억원으로 2023년에 비해 10.4% 줄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신혼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현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에서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게 '결혼 살림 장만비'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상은 2025년 기준 중위소득 150%(2인 기준 589만8987원) 이하면서 올해 1월1일 이후 서울에서 혼인신고한 부부다. 경기도는 올해 10월부터 청년 부부 2650쌍에게 결혼 준비 비용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원금 100만원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유인책이 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최근 혼인 경향은 경제적 요건 등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결혼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경제적인 장애물을 없앤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출산과 혼인을 장려시키는 요인을 사회적으로 찾고 그 부분을 좀 더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