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힘든데 굳이 왜 해요" 외면에…김치 직접 담가 파는 야채가게

"김장? 힘든데 굳이 왜 해요" 외면에…김치 직접 담가 파는 야채가게

박상혁 기자
2025.10.28 14:33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청과물 가게에 배추가 쌓인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청과물 가게에 배추가 쌓인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가을이 짧아지면서 이른 김장철이 찾아왔지만, 야채 가게는 한산하다. 완제품 김치를 사 먹거나 김장을 하더라도 소량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다. 배추 공급도 늘어나면서 김장철 가격 폭등 현상을 찾아볼 수 없다.

28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543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7422원보다 약 27% 낮다. 무 가격도 마찬가지로 1개당 2298원으로 집계돼 전년(3525원) 대비 약 35% 저렴했다.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공급이 늘어서다. 지난 2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을 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라며 "최근 기상 여건도 호전돼 김장 성수기 배추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3000~4000원에 배추 한 포기를 살 수 있었다. 작은 배추 2포기를 4000원에 묶어 팔기도 했다. 무는 개당 3000원 정도였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있는 한 청과물 시장. 이곳은 김장용 배추와 무 수요가 줄자 아예 완제품 김치를 팔기로 했다. /사진=박상혁 기자.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있는 한 청과물 시장. 이곳은 김장용 배추와 무 수요가 줄자 아예 완제품 김치를 팔기로 했다. /사진=박상혁 기자.

청과물 가게 주인 60대 정은채씨는 "지난해엔 가격이 너무 비싸서 김장을 못 한다는 사람이 많았다"라며 "올해는 값이 싸서 사러 올 만도 한데도 손님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우리가 직접 김치를 담가서 팔기로 했다"라며 "오히려 완성품을 사가는 손님은 많았고 배추를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박정음씨(65)는 "예전엔 직접 해야 손맛이 나서 김장을 많이 했는데 이젠 힘들고 번거로워서 엄두가 안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치를 사 먹거나 아주 적은 양만 담글지 고민"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상황도 비슷했다. 매장 한 켠엔 '배추 3990원'이라는 가격표가 걸렸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배추가 아닌 포장김치 쪽으로 향했다. 진열대 앞에는 손님들이 하나둘 팩 김치를 집어 들었다. 손혜정씨(53)는 "김장을 안 한 지 벌써 5년은 넘었다"라고 말했다. 또 "사 먹는 게 훨씬 간편한데 굳이 힘들게 담글 이유가 있겠나"라고 했다.

28일 오전 광화문 인근의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28일 오전 광화문 인근의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김장을 전년보다 적게 하겠다'라는 응답은 △2021년 21.6% △2022년 30.2% △2023년 27.8% △2024년 35.6%였다. 시판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2018년 15.8%에서 2024년 27%로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 김장을 활발하게 하던 분들이 연로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라며 "김장하면 저장 공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다 보니 보관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판 김치는 가장 맛있는 시기에 구입할 수 있고 직접 담그는 것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라며 "간편함을 중시하는 세대 분위기를 고려하면 김장을 줄이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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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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