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일반인을 참여시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법조계에서는 인신구속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원 결정에 여론을 개입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구속영장 국민참여심사제도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전국 법원에 시민 대표인 구속영장 심사위원을 2명씩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심사위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참여해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의견을 판사에게 제시한다.
심사위원은 그 지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노사민정협의회·대학교육협의회가 추천하고 법원장이 최종 위촉한다. 다만 심사위원의 의견이 법적 강제력을 갖지는 않는다. 판사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일반 시민의 상식적 판단을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영장 전담 판사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가정하에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이 있다면 구속한다.
박 의원은 법안 추진 이유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영장 재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2·3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최근 잇따라 기각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 의견이 반영되면 영장 발부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구속 결정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자는 발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검찰은 검사가 시민과 함께 구속 취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공유하는 구속심사위원회 제도를 운용했다. 2005년 10월 창원지검에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2006년 4월 대전지검, 2007년 4월 인천지검 등 전국 3개 지방검찰청으로 확대됐다.
창원지검은 2007년 8월까지 57회에 걸쳐 53명에 대해 구속 취소를 결정했지만, 이후에는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124명에 대해 구속취소를 결정했던 인천지검과 98명을 석방했던 대전지검도 2009년에는 단 한 차례도 구속심사위원회를 열지 않으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단체의 추천으로 발탁된 인물이 심사위원이 되기 때문에 사법부 독립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법조인은 "법관이 법과 증거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에 단체가 개입하면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영장 발부를 두고 정치·여론 재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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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속은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중대 사안이므로 냉정한 법리 판단이 중요하다"며 "감정에 휩쓸려 자칫 무리한 구속이 남발되면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억울한 구속을 막는 것도 사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실효성이 없는 제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기업 소속 국제변호사는 "심사위원이 의견을 내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결국 판사가 최종 판단하게 될 텐데 의견이 갈릴 경우 책임 소재만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위원들이 구속 필요 의견을 냈는데 판사가 기각하거나 위원이 반대했는데 판사가 구속하면 더 큰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절차만 복잡해지고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재판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종료까지 법원이 재판을 정지하는 재판중지법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발의된 해당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 법원은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사건 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심리는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