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부녀, 재심서 무죄…16년 만에 벗은 누명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부녀, 재심서 무죄…16년 만에 벗은 누명

류원혜 기자
2025.10.28 17:21
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A씨(오른쪽)와 딸 B씨(왼쪽)가 28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뉴시스
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A씨(오른쪽)와 딸 B씨(왼쪽)가 28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뉴시스

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父女)가 1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아버지 A씨(75)와 딸 B씨(41)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친모 C씨(당시 59세)와 C씨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는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범행했다고 봤다. 1심은 부녀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12년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범행에 쓰였다는 막걸리 구매 경위가 불확실한 점과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법의학 감정 결과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점, 부녀 진술 태도와 달리 검찰 작성 조서는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부녀는 2022년 1월 '검찰의 위법·강압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했다.

A씨와 B씨가 28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A씨와 B씨가 28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부녀 측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 증거 조작과 강압 수사가 있었다"며 △검찰이 범행 도구로 지목한 플라스틱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막걸리를 사러 가는 피고인 차량 이동이 CCTV에 잡히지 않은 점 △검찰이 '청산염 보관 이유'로 삼은 오이 농사에는 실제 청산염이 사용되지 않는 점 등 피고인 무죄 성립에 유리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심 재판부는 문맹인 A씨와 경계선 지능을 가진 B씨에 대한 검찰의 위법 수사를 인정했다. A씨는 초등학교를 나오지 못해 한글을 쓰지 못하는데, 당시 검찰은 A씨가 작성한 장문의 자필 진술서를 유죄 증거로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오탈자 하나 없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지적 능력이 낮은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에 유리하게 조서를 작성하고 '아버지가 널 범인으로 몰고 있다'는 식으로 자백을 강요했다고 봤다.

재심 재판부는 "검찰은 공모나 살인 범행에 대한 객관적 사정이 없었음에도 단순한 의심만으로 집중 추궁했다"며 "A씨와 B씨에게 유도신문에 해당하는 질문을 반복하고 답변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범행 공모 동기였던 부녀 사이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검찰이 막연한 추측으로 관련 질문과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심 개시 증인 신문에서도 부녀 사이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녀는 검찰의 긴급체포에 따른 구속 기간부터 지난해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까지 만 15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검찰은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가 28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뉴시스
A씨가 28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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