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튀어나온 개를 피하려다 넘어졌지만 증거가 없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 할 뻔한 20대 청년이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억울함을 푼 사연이 전해졌다.
25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20대 배달기사 A씨는 지난 10일 제주시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당시 비가 내리고 있어 천천히 주행 중이었는데 인도에서 견주와 함께 걷고 있던 개가 갑자기 차도로 튀어나왔다. A씨는 이를 피하려다가 넘어졌다.
오토바이 배달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에게 사고의 여파는 컸다. 당장의 치료비는 물론, 유일한 수입원인 오토바이 수리비까지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할 막막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개가 갑자기 튀어나와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을 입증할 마땅한 증거가 없었다.
A씨 과실로 사고가 마무리되려던 그때 A씨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경찰관들이 적극 수사에 나섰다.
제주동부경찰서 고충옥 교통범죄수사팀장과 현주헌 수사관은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들은 사건 초기 사고 장소 주변 30~40m 거리에서 발견한 식당 CCTV를 떠올렸다.
사건 초반에만 해도 CCTV가 고장났다는 식당 측 말에 이를 증거에서 배제했는데,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식당에 다시 찾아가 자료를 확인했다. CCTV에는 A씨가 개를 피하려다 넘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개와 함께 있던 견주의 과실이 입증된 것이다.
A씨는 제주경찰청 공식 홈페이지 '칭찬 한마디' 게시판을 통해 "사고 초기 증거 부족으로 인해 자칫 저의 과실인 단독 사고로 종결될 뻔한 매우 억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었다"며 "당시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억울함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건을 재검토 해주시던 고 팀장님께 오해를 해 따지듯 윽박을 지르는 큰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고 팀장님께서는 저의 무례한 태도에도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친절하고 인내심 있는 태도로 저를 응대해주셨다"며 "오히려 피해자의 간절한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시고,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재배정해 주시는 대인배다운 결단력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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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팀장님의 고정한 지휘 아래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현 수사관님은 실무자로서 현장 주변 CCTV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정밀하게 분석해 가해 견주의 과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 주셨다"며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고 팀장의 포용력있는 책임 행정과 현 수사관님의 전문적인 수사 태도는 경찰 조직 신뢰를 높이는 최고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두 분의 이러한 노고가 인사 고과 및 포상 등에 적극 반영되길 요청드린다"며 "진실을 밝혀주신 제주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에 고 팀장과 현 수사관은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감사 인사가 큰 힘과 보람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