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 '덕성원' 피해자들…"이름만 바꾼 요양시설 폐쇄하라"

인권유린 '덕성원' 피해자들…"이름만 바꾼 요양시설 폐쇄하라"

김서현 기자
2026.04.27 13:56
덕성원 피해생존자 협의회와 고아권익연대, 나는부모다협회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덕성원 피해생존자 협의회와 고아권익연대, 나는부모다협회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아동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던 부산 아동보호시설 '덕성원'의 피해자들이 시설 후신인 은화복지재단의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와 고아권익연대, 나는부모다협회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 성폭력 집단의 잔재인 은화복지재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은화복지재단 폐쇄와 더불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결정 수용을 비롯한 지원대책 마련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등도 요구했다. 은화복지재단을 향해선 피해 생존자들의 채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진화위는 2024년 10월 덕성원 사건을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 침해사건'으로 판단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지난달 두 번째 피해자 모집 한 달 만에 1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모이기도 했다.

안종환 피해생존자 협의회 대표는 "덕성원은 원생들을 시솔설공사, 사택 식모 일 등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구타와 성폭력을 일삼았다"며 "경찰 신고에도 교육의 목적이라는 이유로 종결 처리되거나 묻혀 알려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설 퇴소 후 모은 돈 3억원을 당시 시설 원장에게 빌려줬지만 시설 원장이 사망한 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를 물려받은 은화복지재단 운영자는 차용증이 있음에도 채무변제를 불이행하며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형제복지원부터 시작된 여러 시설 문제 중 덕성원 사건이 가진 특수성은 아직도 법인이 해단하지 않은 채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1970년~1990년대 직원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 4명은 지난 23일 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구액은 원고당 1000만원으로 총 4000만원이다. 이와 관련 임 변호사는 "민사 소송은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며 "수년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은화복지재단이 침묵이 아닌 응답으로 소통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1952년 부산에 설립된 덕성원에서는 1970~1990년대 원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강제노역 등 인권유린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시설은 2000년 폐원했지만 현재 은화복지재단으로 이름을 변경한 채 노인요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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