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울시 양육 여건 확인 의무화 필요

"이건 아니잖아요, 죽었으면 신고를 해야지."(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
지난 3월 10일. 인천 남동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이미 복도에 동물 사체 냄새가 진동했다. 동물 보호 단체 도그어스플래닛, 어독스, 쏘바이 활동가들과 공무원, 경찰 등이 30대 여성 A씨 집 앞에 섰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차단기를 내려 전기까지 끊었다.
문이 열리자 쓰레기와 배설물과 음식물 악취가 가득한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거기에 16마리 개와 고양이가 살았고, 그중 8마리는 이미 사체가 돼 있었다. 부패가 심했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고 눈이 시릴 정도라고 했다. 굶어 죽은 개와 고양이들. 그 사이에 배달 음식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얘 이거 어떡하면 좋아. 어떻게 이렇게 남의 새끼를 죽일 수 있냐고. 잘 키웠는데 어떻게 이렇게 죽느냐고."

동물 보호 단체 활동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울부 짖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살아 남은 개와 고양이들 상태도 좋지 않았다. 누런 리트리버는 평균 몸무게 절반도 나가지 않을 정도로 깡말라 있었다.
8마리가 구조됐다. 김효진 대표가 긴 시간 설득해 A씨에게 소유권을 포기토록 했다. 포기 각서를 받았다. 안 좋은 기억을 다 잊고, 좋은 보호자를 만나 새 삶을 살길 바라며.

이 같은 애니멀 호더(동물을 모으는 것에만 집착, 관리할 능력이 없으며 방치하는 사람) 문제가 반복되는 건, 제도 허점이 여전해서다.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환경을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동물을 분양 또는 입양할 수 있어서다. 동물 학대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이고, 학대하고도 다시 키우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반려동물 학대 방지를 위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인 이모씨는 "반복되는 동물 방치 및 학대를 막기 위해선 사후 처벌 뿐 아니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입양 및 분양시 사육 환경과 양육 여건 확인할 수 있는 사전 검증 제도 마련 △일정 수 이상 키울 경우 관리 기준 강화해 동물 복지와 위생 환경 유지토록 보완 △학대 행위 적발시 영구적으로 재입양 및 재분양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대한 동물 학대 범죄를 저질렀을시 유죄 판결을 받은 학대자에 대해, 동물 사육을 제한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2027년 도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