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장님, 육아휴직 일주일 쓰겠습니다."
오는 8월부터 자녀가 아프거나 휴원·휴교 등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1주 단위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30일 이상 써야 했던 육아휴직을 단기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들은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으로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져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자 업무를 대신하는 동료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8월 20일부터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1~2주 단위로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이 시행된다. △휴원·휴교나 방학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 △감염병에 따른 등원·등교 중지 등 단기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 연 1회 1주(7일) 또는 2주(14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육아휴직 기간에서 차감된다.
이 제도는 아이가 있는 직장인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육아휴직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사용해야 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주만 사용해도 급여가 지급된다.
직장인 부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6살 딸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씨(39)는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등원 중지가 되면 남편과 번갈아 돌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출근한 적이 많았다. 1주 단위 육아휴직이 있었다면 둘 중 한 명이 사용했을 것"이라며 "연 1회뿐이라 회사 입장에서도 큰 부담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씨(32)도 "6개월이나 1년씩 휴직하는 것보다 부담이 적을 것 같다"며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며칠간 연차 쓰지 않나. 다른 휴직 제도도 많은데 단기 육아휴직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인력 공백에 따른 업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직장인 이모씨(33)는 "육아휴직을 더 촘촘하게 쓰면서 급여까지 받는 건 좋은 변화"라면서도 "갑자기 1~2주간 자리를 비우면 결국 동료들이 업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회사가 이를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두 아이 아빠 최모씨(40)도 "소규모 회사는 하루 연차만 써도 업무 공백이 크다. 갑작스러운 1~2주 공백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하고,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 동료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갈등만 생겨 제도를 쓰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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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노모씨(32)는 "실무에서는 휴직자와 비 휴직자 사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휴직자는 눈치를 보고, 대신 일하는 직원은 불만이 쌓인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사실상 연차 아니냐", "방학 때 쓰고 해외여행 다녀오겠네", "일주일 공백은 인력 충원이 어려워 동료들만 힘들 것", "남은 직원들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 등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제도 악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한승혁 노무법인 미리내 대표노무사는 "가정통신문이나 입원확인서 등으로 사용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며 "회사도 취업규칙에 증빙 서류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허위 증빙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하면 악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구현 노무법인 한그루 대표노무사도 "방학은 예측할 수 있는 일정이라 휴가처럼 사용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본인에게 주어진 육아휴직을 앞당겨 쓰는 개념이어서 악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남은 동료들에 대한 보상이 중요하다. 한 노무사는 "단기 공백은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렵다. 따라서 정책 초점을 업무 부담 동료에 대한 보상에 둬야 한다"며 "30일 이상 육아휴직에만 지급되는 업무 분담 지원금을 단기 육아휴직에도 적용하고, 실제 업무를 대신 맡은 직원에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 기업도 보상 휴가나 인사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 노무사도 "업무 분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왜 남의 육아 때문에 내가 고생해야 하냐'는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제도가 조직 내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정부 지원과 함께 회사 차원의 보상 휴가를 검토하고, 장기적으로는 직무 매뉴얼을 마련해 업무를 원활하게 분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는 1년에 한 번만 아프지 않다"며 "제도 시행 후 이용 실태를 분석해 사용 횟수 확대나 추가 분할 사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용률이 낮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도 병행돼야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