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청혼 거절, 163㎝ 키에 열등감"...신림동서 무차별 칼부림[뉴스속오늘]

"여친이 청혼 거절, 163㎝ 키에 열등감"...신림동서 무차별 칼부림[뉴스속오늘]

남형도 기자
2026.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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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흉기 살인 피의자 조선, 또래 남성에 심한 열등감…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2023년 7월,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동행미디어시대
2023년 7월,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동행미디어시대

3년 전 오늘이었다. 2023년 7월 21일 오후 2시 7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근처 골목에서, 조선(당시 33세)이 갑작스레 흉기를 꺼냈다. 조선의 눈에 들어온 건 건물 앞에 있던 피해자 김모씨(당시 22세)였다. 조선은 김씨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김씨도 처음엔 격렬히 저항했으나 계속되는 공격에 심한 자상을 입었다. 힘이 빠져 쓰러지자 조선은 김씨를 한 번 더 공격했다. 피해자는 마지막까지 살려달라 애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은 13회나 피해자의 목, 얼굴, 팔 등을 칼로 찔렀다.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숨졌다. 심폐소생술도 못 받을 정도였다.

범행은 계속됐다. 조선은 번화가쪽으로 이동해, 마주친 30대 남성 3명을 잇따라 공격했다. 피해자들의 목, 등, 얼굴 등에 흉기를 휘둘렀다. 이중 중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롭던 피해자도 있었으나, 수술을 받아 다행히 살았다.

이후 조선은 흉기를 들고 주변을 배회했다. 흉기를 든 채 웃는 걸 봤단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경찰이 출동하자 지시에 따라 흉기를 버렸다. 오후 2시20분쯤 저항없이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여태까지 내가 잘못 살았는데, 열심히 살려 했는데 안 됐다. 그냥 X 같아서 죽였다"고 말하는 영상이 알려지기도 했다.

처음 밝혀진 범행 동기 "또래 남성에 열등감"
2023년 7월,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동행미디어시대
2023년 7월,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동행미디어시대

범행 이유가 뭐였을까.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밝혔다. 작은 키에 열등감이 있었다며 진술하기도 했다. 그의 키는 163㎝로 알려졌다.

18세이던 2008년엔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차량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때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2010년엔 서울 신림동 주점에서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자, 흉기를 휘둘러 전치 2주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소년부에 송치된 것도 14회에 달했다.

검찰이 2023년 8월, 조선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는 이랬다.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하고, 유튜버 모욕건으로 경찰 출석 요구를 받으며 분노가 폭발했단 것. 불우한 가정 환경에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웠으며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법정에선 조선은 지속적으로 피해 망상을 주장했다. 그는 "정신이 불안해지고 강박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를 찌르려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해 망상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반성문에 '조금이라도 감형해달라'는 내용을 적은 살인 피고인은 처음 봤다고도 했다.

경찰의 사이코패스 검사에선 "사이코패스 기준에 부합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사항목은 대인관계, 감정 및 정서, 생활양식, 반사회성 등이다. 40점 만점에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는데, 조선은 기준점 이상이 나왔다. 대인관계상 문제, 반사회성 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서 '무기징역' 선고…2024년 무기징역 확정돼
2023년 7월,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동행미디어시대
2023년 7월, 신림동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사진=동행미디어시대

2023년 8월23일. 조선의 첫 공판 기일이 진행됐다. 죄목은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이었다. 조선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하려고 한 고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피해망상을 겪어 남성들을 공격한 것이라고 했다. 또래 남성들에 대한 평소 열등감과 분노를 품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조선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정신병력이 없는 조씨가 '분당 흉기 난동범' 사건 이후 진술을 돌연 바꾼 거라고도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무작위 살인으로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에 해당한다"며 "분노와 열등감, 모욕죄 처벌 두려움 등이 폭발해 다수 살인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2023년 7월2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점에서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조선의 신상을 공개했다./사진=뉴시스
서울경찰청은 2023년 7월2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점에서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조선의 신상을 공개했다./사진=뉴시스

2024년 1월31일 1심 재판에서 조선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3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란 명령도 내렸다.

조선은 형이 무겁다며, 검사 측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모두 항소했다. 2024년 6월 재판부는 쌍방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극도로 잔인하고 포악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질타하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문을 제출했고 살인 미수 피해자들과는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고, 조선은 상고했다. 2024년 9월12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피해자 유족 "착하고 어른스러웠다, 싼 원룸 구하려다…"
/사진=국회국민청원
/사진=국회국민청원

포악한 범죄에 희생된 20대 청년 김씨 사연이 유족에 의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김씨 사촌형은 범행 이틀 뒤인 2023년 7월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렸다.

김씨는 "고인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며 "고인 어머니는, 고인이 수능을 보기 3일 전 암 투병 끝에 가족 곁을 먼저 떠나셨다"고 했다. 피해자는 고3이었음에도 어머니 빈소를 지키며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고 했다.

이후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고인의 아버지가 일 때문에 외국에 있었는데, 사업이 어렵게 되자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고 했다.

그는 "고인이 저렴한 집을 알아본다고 신림 부동산에 갔다가 피의자(조선)를 마주쳐 잔인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원통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엄중한 벌인 사형이 선고돼, 사회에 다시 나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조선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최원종, 신림동 등산로 살인사건 최윤종 등이 모두 '은둔형 외톨이'였음이 알려지며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등이 타인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었다.

이에 지난해 3월엔 타인과 교류가 거의 없거나 제한된 공간에서만 사는 고립·은둔 아동과 청년을 지원하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계획을 수립해,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발굴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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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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