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곳 골절·뇌출혈, 133일만 숨진 해든이...'의무' 검진에도 때릴 수 있었을까?

23곳 골절·뇌출혈, 133일만 숨진 해든이...'의무' 검진에도 때릴 수 있었을까?

남형도 기자
2026.07.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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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미만 영유아검진 의무화하고, 방문 확인 도입해야…'프리해든스' 입법 추진

해든이를 친모 A씨가 발로 밟아 학대하는 모습. 무려 두 달 동안 19차례나 학대해 숨지게 했다./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화면 캡쳐
해든이를 친모 A씨가 발로 밟아 학대하는 모습. 무려 두 달 동안 19차례나 학대해 숨지게 했다./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화면 캡쳐

지난해 10월22일, 전남 여수시의 한 집안. 친모 A씨(34)가 4개월 해든이를 학대해 숨지게 했다. 수차례 때리고 아기 욕조에 물을 틀어 방치했다. 고작 133일된 아기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안에서 숨졌다.

학대는 이날 하루뿐만이 아녔다. 지난해 8월24일부터 무려 두 달이나 19차례 이상 계속됐다. A씨는 해든이를 번쩍 들어 내동댕이쳤다. 발로 밟고 밀쳤다. 뒤집기도 못하는 아기 팔을 잡아 침대에 던졌다. 머리채를 잡아 눕히기도 했다.

해든이는 몸 전체에서 23곳의 골절, 멍, 뇌출혈, 장기파열 등이 확인됐다./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화면 캡쳐
해든이는 몸 전체에서 23곳의 골절, 멍, 뇌출혈, 장기파열 등이 확인됐다./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화면 캡쳐

부검 결과 아기 몸 전체에 23곳의 골절, 다발성 멍, 뇌출혈, 장기 파열 등이 확인됐다. 지난 4월 23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는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방치한 친부에겐 4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를 맘 아파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프리해든스'란 시민 모임을 결성했다. 프리해든스는 묻는다.

'집에 갇혀 학대당하던 해든이를 어떻게 하면 알아채고 구할 수 있었을까.'

'영유아검진' 의무였다면…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학대 영유아에게 집안은 사실상 밀실과 같다. 제3자가 학대 현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를 알아차리기 위해 필요한 게 '영유아 건강검진 의무화'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생후 14일부터 71개월(만 5세)까지의 아이들이 받는 국가 건강검진 제도다. 체중, 키 등을 재고 영양과 수면을 확인하며 발달 상태를 평가한다.

4개월이었던 해든이도 숨지기 전 2차 영유아검진을 앞두고 있었다. 다만 친모가 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현행법상 영유아검진이 의무가 아닌 '자율'이기 때문이다.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프리해든스는 "만약 영유아검진이 자율이 아닌 의무였다면, 친모가 해든이를 그렇게 때릴 수 있었겠느냐"며 "지정된 기간에 강제로라도 병원에 가야했다면 의료진이 상흔을 먼저 발견해 신고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유아 검진을 안 받는 건, 학대당하는 아기가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학대 피해 아동 영유아검진 실시현황(2020년 통계)'에 따르면, 일반 아동의 영유아검진 수검률은 78.1%다. 반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검률은 54.8%에 불과했다.

검진 안 받으면 가정 방문, 거부 땐 경찰 의뢰토록 해야
전국 학부모들과 시민 등 400여 명이 온라인에서 만든 시민모임인 '프리해든스'가 지난 7일 오전 11시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해든이 추모 및 작은 장례식'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가해자 엄벌과 영유아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국 학부모들과 시민 등 400여 명이 온라인에서 만든 시민모임인 '프리해든스'가 지난 7일 오전 11시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해든이 추모 및 작은 장례식'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가해자 엄벌과 영유아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에 프리해든스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함께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따로 놀던 기존 제도를 촘촘히 연계해 학대를 막자는 것이다. 영유아검진, 아동수당, 방문복지 체계를 묶는 것이 골자다.

이른바 '3단계 에스컬레이터 안전망'이다. 우선 영유아검진을 의무화한 뒤, 안 받을시 알림톡과 유선 상담으로 독려한다. 계속해서 안 받으면 방문 간호사와 담당 공무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아동 안전을 확인한다. 최종적으로 거부할 시 아동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아동수당 지급을 정지하고, 즉시 경찰 조사를 의뢰하자는 것이다.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프리해든스는 "24개월 미만 영아는 학대당해도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며 "양육자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할 시 징후를 발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제도는 가정이란 밀실에 갇힌 또 다른 해든이에게 '사회의 시선'을 개입시키기 위한 평범한 부모들의 절박한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프리해든스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함께 입법을 위한 서명 운동을 받고 있다. 서명부는 제도 개정안과 함께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면담시 전달될 예정이다.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진=프리해든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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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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