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말기 손님의 주문, 차라리 거짓이길"…뒤늦게 밝혀진 정체 '눈물'

"위암 말기 손님의 주문, 차라리 거짓이길"…뒤늦게 밝혀진 정체 '눈물'

남형도 기자
2026.07.23 15:02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결혼지옥 '배그부부'로 출연해 시청자 울리기도…
사장님 "눈물 펑펑, 조의금 5만원 보냈다"

위암 말기 손님이 김밥을 주문했다며 사장님이 올린 사진./사진=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위암 말기 손님이 김밥을 주문했다며 사장님이 올린 사진./사진=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지난 2월 16일 한 김밥집에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주소가 병원 병실이었다. 사장님은 손님 요청 사항을 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리 적혀 있었다.

'위암 말기로 죽기 전 알게돼 아쉽네요. 먹진 못해도 냄새라도 맡고 추억으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번창하세요.'

참치김밥 등 메뉴 3개를 주문한 손님. 사장님은 손편지도 쓰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서비스로 챙겨주었다. 음식은 추억이라고, 스스로 추억 만드는 일을 하는 거라 자부했다.

이 이야기를 같은날 자영업자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렸다. 누군가 댓글을 남겼다. '그냥 서비스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누가 위암 말기에 배달 시키면서 저런 글을 쓰고 있느냐. 1분 1초가 아까워 소중히 보낼텐데.'

사장님은 오히려 바랐다. 서비스 준 것 하나도 안 아까우니까 차라리 위암 말기가 아니길, 그런 바람이었다.

하루 뒤 늦은 밤에 해당 손님 리뷰가 달렸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병실 침대에서 찍은 사진, 영수증엔 손글씨로 편지도 적혀 있었다.

손님의 남편이 감사하다며 리뷰를 남겼다./사진=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손님의 남편이 감사하다며 리뷰를 남겼다./사진=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31살 젊은 두 아이 엄마이자 제 아내는, 사장님께 감사하며 좋은 기억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매장에 아이들과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남편이 남긴 리뷰를 보며 사장님은 또 울음을 쏟았다.

위암 말기로 세상을 떠난 고 김혜빈씨(31)./사진=MBC 오은영리포트 '결혼 지옥'
위암 말기로 세상을 떠난 고 김혜빈씨(31)./사진=MBC 오은영리포트 '결혼 지옥'

이후 잊고 지내다 지난 22일, 사장님은 그 손님이 유명을 달리했음을 우연히 알게 됐다. 리뷰를 남긴 이는 지난 5월 MBC '결혼지옥'에 배그부부로 나왔던 고 김혜빈 씨의 남편이었다. 그는 조의금으로 5만원을 보냈다.

사장님은 이를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글로 올렸다. 많은 사장님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겪은 일을 나누는 이도 있었다.

한 사장님은 "가을에만 호박죽과 녹두죽을 판매하는데, 요청사항에 '어머니 편찮으셔서 주문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이후 모처럼 죽 드시고 동치미 국물까지 드셨다는 리뷰가 달렸다"고 했다. 이어 "며칠 뒤 자녀 분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오셨다"며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맛있게 드신 음식이었다고, 어릴 때 먹던 그 맛이었다고 했다"고 남겼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추억이라며, 사장님은 손님에게 뒤늦게나마 조의금을 보냈다./사진=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추억이라며, 사장님은 손님에게 뒤늦게나마 조의금을 보냈다./사진=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