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탁, 나는 제3자 아냐" 자녀-교사 면담 몰래 녹음한 학부모 '집유'

"아들이 부탁, 나는 제3자 아냐" 자녀-교사 면담 몰래 녹음한 학부모 '집유'

윤혜주 기자
2026.08.25 14:1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자녀와 담임교사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몰래 듣고 녹음한 학부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사진=구글 제미나이
자녀와 담임교사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몰래 듣고 녹음한 학부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사진=구글 제미나이

초등학생 자녀와 담임교사의 면담을 엿듣고 녹음한 학부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자택에서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 B군과 통화 상태로 연결해 놓는 방법으로 B군과 담임교사 C씨의 대화를 몰래 듣고, 녹음까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군과 C씨는 면담 중이었고 A씨는 B군에게 자신과 통화 중인 상태에서 C씨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상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통신 청취·녹음은 동의가 없다면 불법이다.

법정에 선 A씨는 "자녀가 교사와의 면담 내용을 들어달라고 부탁해 녹음한 만큼 나를 제 3자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당시 교사가 자녀를 편파적으로 지도하자, 면담을 앞두고 혹시 모를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대화를 듣고 녹음했으니 녹취 행위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자녀와 먼저 통화 중 담임교사와의 대화가 있어 이를 녹음했다 하더라도 이를 미리 교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피고인은 대화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부모인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자녀와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당시 상황이 아동학대 등 위법한 행위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녹음에 앞서 자녀로 하여금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해 입장을 전달하거나 학부모로서 요청할 수 있었던 만큼 당시 상황이 긴급하거나 녹음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녹취 범행은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만큼 죄책이 가볍지 않으며 교사에게 용서를 구한 정황도 없다. 다만 자녀의 부탁을 받고 녹취한 점,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육 중 이뤄진 면담을 녹취한 만큼 사생활의 깊은 영역을 녹취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윤혜주 기자

안녕하세요. 윤혜주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