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긴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30대 공무원을 범행 전 구속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인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총 네 차례 남편 B씨를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다만 A씨는 경찰이 출동할 때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지난 4월 접수된 세 번째 신고는 B씨가 흉기로 A씨를 협박한다는 내용의 '특수협박' 건이었다. 이어 지난 5월 남편이 폭언한다는 내용의 네 번째 신고가 접수됐고, 당시 B씨는 출동한 경찰관을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6월 B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영장에 적시했다. 특수협박을 비롯한 가정폭력 혐의는 A씨가 남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빠졌다. 결국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법원까지 가지도 못한 채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특수협박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할 수 있고,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워 두 사건을 병합할 경우 죄책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경찰이 공무집행방해에 특수협박 혐의를 더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 영장이 발부돼 A씨가 살해당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원장안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무리하게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했다가 되레 영장이 기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적용 혐의에선 제외했으나 구속영장 신청서 고려 사항에 그간의 가정폭력 정황을 상세히 담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7시18분쯤 경기 광주시 능평동 한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B씨가 A씨를 흉기로 20여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있었던 5세 딸도 손 등을 다쳤으나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직후 달아난 B씨는 4시간여 뒤인 오전 11시39분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한 모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최근 이혼 소장을 받았는데 위자료와 양육비 등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혼소송 서류를 통해 A씨 주소를 알아낸 뒤 출근 시간대에 맞춰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