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조태용·이시원·박성재·심우정 등 전부 무죄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시켰다는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대사 임명행위를 범인도피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11일 범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먼저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사실을 모른 채 대사로 임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리하자면 윤 전 대통령의 대사 임명지시가 내려져 그에 따른 후속절차가 진행되다가 공수처 요청에 따라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됐다"며 "그 뒤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됐다. 임명 이후부터 출국금지 사실이 비로소 관계자들에게 알려져 공유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사로 임명한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도피 의사나 목적 있었다고 보기엔 지적이 있고 의문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범인도피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범인도피 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범인을 숨겨주는 것 만큼이나 수사기관의 피의자 소재파악을 어렵게 해야 하는데, 대사직으로 임명되면 그 소재나 신분이 우리 정부와 상대 정부를 통해 공식 확인되는 등 소재의 공시성 측면에서는 국내거주보다 오히려 더 명확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돼 수사가 지연되는 것은 범인도피죄가 규정하는 위험이 아니다"며 "설령 대사가 소환에 불응하며 귀국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장관에 대사 소환을 요청할 수 있다. 장관이 명하는 것에 대사가 응하지 않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주 몽골대사가 수사를 위해 일시 귀국한 사례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서 대사로 임명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전면으로 저지하거나 방해할 의지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며 "이 전 장관이 호주에서 귀국하고 특검이 출범하기까지 공수처의 소환조사 등 수사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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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를 부당하게 지시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부족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전 법무부 차관)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는 과정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조치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윤 전 대통령 등은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하게 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직후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 행사까지 사후적으로 직권남용이라고 규정해 처벌하기 시작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인사와 정책 판단을 형사재판정에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판결문 살펴보고 항소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