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측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두고 야당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새로운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요청하는 건 임명권의 부수적 권한이 (인사권의) 아닌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파악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 측은 국민의힘이 지난 9월 이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두고 국회의 임명 동의권이 침해됐다며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대통령 측은 의견서에 "임명권이란 개념엔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포함된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없다면 대법원장이 확정한 인사를 외형적으로 완성하는 형식적 임명 행위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이어 "임명권은 본질적으로 인사권이다. 인사권엔 이미 정해진 후보자를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권한만이 포함되는 게 아니라 추천 또는 제청된 후보자 가운데 해당 직위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별·선정하는 판단권까지 포함된다"고 했다. 또 "이런 적격성 판단과 선택 권한은 최종적 결정 전에 이뤄지는 것이고 여러 후보자가 있을 경우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 측은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한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곧바로 국회에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제출할 의무가 생긴다면 헌법 제104조 제2항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의 본질적 의미가 흐려진다고 했다.
대법관 재제청 요청의 상대방은 대법원장이므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권한 침해를 다툴 자격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통령 측은 "대법원장의 제청이 있었단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 볼 수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동의권 또는 국회의원으로서 심의 및 표결 권한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 측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해서 견제와 제한이 필요하단 입장을 담았다. 이 대통령 측은 "헌법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을 부여함으로써 대법원의 구성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도 "사법부 독립을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권한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법부의 독립·공정한 재판이란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해 적절한 견제와 절차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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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권력을 대법원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시키거나 합의체의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사법부 독립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권한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한 행사에 따라선 사법부 독립 가치 실현을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으므로 견제와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3일 퇴임한 이후 약 8개월 동안 후임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지난 9월7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자리는 김성수 대법관이 후임으로 취임했다.
청와대와 사법부는 노 전 대법관 후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손 부장판사를 청와대에 제청했으나 청와대는 서면 제청을 근거로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제청을 요청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제청 요청을 거부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9명은 지난 9월 이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 부장판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대법관 임명 동의권·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