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어느 날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몰래 모바일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매해 수백만원이 결제된 것이다. 알고보니 아이가 A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결제수단을 그대로 이용했고 결제 과정에서 별도의 인증도 거친 상황이었다. A씨는 아이가 부모 동의 없이 한 결제인 만큼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게임업체는 이미 아이템이 지급됐다며 환불이 어렵다고 답했다.
부모 몰래 이뤄진 미성년자의 게임 아이템 결제를 취소할 수 있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민법상 미성년자는 만 19세가 되지 않은 사람이다.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미성년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다. 취소하면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법률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결제했다고 해서 언제나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해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용돈처럼 사용 범위가 정해진 돈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건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원은 처분 허락 여부를 판단할 때 미성년자의 나이와 지능, 재산 상태, 계약 내용과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를 따져 처분을 허락한 재산 범위 안에서 미성년자가 사용한 부분은 다른 사정이 없다면 취소하기 어렵다.
자녀가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나 카드로 결제했다는 상황 역시 취소 가능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부모 명의 계정과 카드로 결제하고 본인인증까지 부모 명의로 진행된 경우 사업자는 부모를 계약 당사자라거나 부모가 결제를 이미 승낙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계정의 실제 이용자가 누구인지, 부모가 자녀에게 계정이나 결제수단 사용을 허락했는지, 결제 당시 어떤 인증 절차를 거쳤는지, 사업자가 미성년자의 이용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민법은 미성년자가 사술로써 성년자로 믿게 하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 경우 취소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술은 단순히 성년자라고 말한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사기수단을 사용한 경우를 뜻한다. 부모의 신분증이나 인증수단을 이용해 부모가 결제에 동의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취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204명 읽는 중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도 별도로 검토해 봐야 한다. 전자상거래법은 원칙적으로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청약철회를 허용한다.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 등의 공급이 늦은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 다만 게임 아이템처럼 디지털 콘텐츠라면 일단 콘텐츠 제공이 시작된 뒤에는 청약철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분쟁이 생겼다면 먼저 결제 영수증과 내역을 확인해봐야 한다. 이어 자녀의 나이와 계정 이용 내역, 결제 당시 인증 방식, 부모가 결제를 허락한 범위, 아이템 사용 여부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당사자 간 해결이 어렵다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한 조정도 검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