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타자이자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에게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는 매우 좁았다. 메이저리그(MLB) 2시즌 연속 50홈런을 때려낸 괴력은 도쿄돔에서 '타율 0.833'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로 이어졌다. 하지만 '야구 만화 주인공'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타니도 상대 팀 한국을 향한 감탄을 남겼다.
오타니는 지난 7일까지 치러진 WBC 조별 라운드 2경기(대만, 한국전)에서 6타수 5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8차례 타석에 들어서 아웃된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지난 6일 대만전 4회, 1루수 정면으로 향한 날카로운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유일한 범타였다. 사실상 대만과 한국의 마운드에서 오타니를 완벽히 제압한 투수는 없었다.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출루했고 삼진당한 타석조차 없었다.
7일 한국을 상대로 오타니는 차원이 다른 야구를 선보였다. 3회말 2번째 타석에서 고영표의 커브를 받아쳐 타구 속도 시속 178.3㎞, 비거리 124m의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오히려 오타니는 동점포에 열광하는 일본 더그아웃을 향해 오히려 양손을 내밀며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에선 최고 타자의 여유가 묻어났다. 5회말에는 손주영이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까지 몰아세우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오타니는 존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직구를 힘들이지 않고 밀어 쳐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압도적인 파워뿐 아니라 정교한 배트 컨트롤까지 갖췄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오타니의 존재감은 훈련장에서도 독보적이다. 타격 훈련에서 가볍게 팔만 휘두르는 것 같아도 공은 여지없이 담장 너머로 사라진다. 그가 마음먹고 방망이를 돌려 도쿄돔 우측 담장 최상단에 공을 꽂아 넣을 때면 팬들은 물론 취재진 사이에서 경탄을 넘어선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바타 히로카즈(51) 일본 대표팀 감독은 "오타니는 평소 그라운드 밖이 아닌 실내에서 훈련하는 편인데 일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컨티션이 좋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훈련 일정은 모두 오타니에게 일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보다 더 빛난 것은 오타니의 '품격'이었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중 다저스 동료인 김혜성(27)이 5-5를 만드는 동점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자 더그아웃에서 박수를 보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던 김혜성과 눈이 마주치자 보낸 격려였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오타니는 한국 선수단을 향해 조용히 목례로 예우를 갖췄다.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오타니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훌륭한 경기였다"며 "한국은 일본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정교한 야구를 한다. 정말 뛰어난 타선을 갖춘 팀이라 생각하고, 강하고 훌륭한 상대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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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833'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으로 세계 야구를 지배하고 있는 오타니.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성적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세계 최고 선수의 여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