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대표팀의 투수 '구속 저하' 문제가 국제무대에서 수치로 확인되며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단순히 공이 느린 것을 넘어, 구속의 열세가 실점으로 직결되는 '피홈런'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호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현재 메이저리그가 운영하는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 투구 추적 데이터(Statcast)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참가국 20개국 중 17위에 머무르고 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한국 투수들이 앞선 3경기에서 보여준 직구(포심 기준) 평균 구속은 시속 91.1마일(약 146.6km)이다. 한국 투수들보다 평균 구속이 느린 참가국은 18위 브라질(91마일), 19위 호주(89.9마일), 20위 체코(85.9마일)뿐이었다. 사이드암인 고영표(35·KT 위즈) 때문에 직구 평균 구속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베이스볼 서번트는 고영표의 공을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분류했다.
지난 8일 맞대결을 펼친 대만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3.1마일(약 149.8km)이었다. 1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한국과는 정확히 2마일(약 3.2km) 차이를 보였다. 일본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4.5마일(약 152km)이었다. 특히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투수로 뛰지 않은 기록이기에 일본 투수들의 두터운 뎁스를 실감케 한다.

직구 평균 구속 1위는 96.9마일(약 155.9km)을 기록한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샌디 알칸타라(31·마이애미 말린스)를 비롯해 불펜진 전원이 광속구를 뿌려대는 투수들이 많은 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은 평균 구속 96마일(약 154.5km)로 3위에 위치했다.
구속의 열세는 곧장 장타 허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 한국 투수진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피홈런에 무너졌다. 무려 8피홈런으로 이번 WBC 20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구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가운데로 몰린 공은 거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 야구 데이터에 따르면 구속이 낮을수록 타자의 정타 확률과 비거리는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피홈런에는 구속을 제외한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이 빠르더라도 회전수가 떨어지면 타구가 쭉쭉 뻗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행히 한국 투수들의 직구 평균 회전수는 2290RPM으로 8위에 위치하고 있다. 오히려 대만이 직구 평균 회전수 2264RPM으로 12위였다.
다만 한국은 9일 호주전을 앞두고 있어 직구 평균 구속이 더 올라갈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한국 투수들이 앞선 3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 299개를 던졌고 이에 대한 평균값이다. 다른 팀들의 표본이 쌓일 때마다 조정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