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시 반역자" 충격 협박, 생명 위협까지... 한국전 국가 제창 거부→안전 우려 "소녀들을 구해달라"

이란 "전시 반역자" 충격 협박, 생명 위협까지... 한국전 국가 제창 거부→안전 우려 "소녀들을 구해달라"

박건도 기자
2026.03.09 17:11
지난주 한국과 맞붙었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반정부 의사를 내비쳤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본국 귀국 후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고, 호주 현지에서는 선수들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란 선수들은 이후 경기에서 국가를 부르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들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마르지예 자파리 이란 감독. /사진=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마르지예 자파리 이란 감독. /사진=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불과 지난주 한국과 맞붙었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반정부 의사를 내비친 선수들이 본국 귀국 후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실정이다.

영국 매체 'BBC'는 9일(한국시간) "아시안컵에서 탈락한 이란 여자대표팀이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란 여자대표팀에 대한 축구 관련 기구, 호주 당국에 선수들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 등 보도를 종합하면 호주 현지에서는 이란 선수단 버스를 에워싸고 "우리 소녀들을 구해달라"는 구호까지 울려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들의 신변 우려가 커진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주 한국과 이란의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개막전이었다. 당시 이란 선수들은 경기 전 이란 국가가 연주될 때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해당 장면은 이란 내 보수 세력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BBC'에 따르면 한 평론가는 이란 여자대표팀 선수들을 "전시 반역자"라고 비난하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열린 호주전과 필리핀전에서 이란 선수들은 국가를 부르며 거수경례를 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현지에서는 선수단과 동행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행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 호주 남자 대표팀 주장이자 인권 활동가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BBC'를 통해 "이란 선수들은 호텔에서 이란 관리자들에 의해 인질처럼 붙잡혀 있었다. 외부 지원이나 변호사, 가족과 접촉이 차단된 상태"라고 폭로했다.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도중 득점을 기뻐하는 여자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도중 득점을 기뻐하는 여자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경기장 안팎에서도 긴장감은 이어졌다. 필리핀과 마지막 경기 당시 관중석의 이란 팬들은 현 정권의 국가가 나올 때 야유를 보냈고, 전반전 도중 이란 혁명 이전의 공식 국기인 사자와 태양 깃발을 펼쳐 들며 현 정부에 항의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보복을 우려한 듯 팬들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했다. 경기 종료 후 필리핀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 것과 달리, 이란 선수들은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BBC'는 "현재 호주 내에서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선수들에게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수들 대부분이 본국에 가족과 자녀를 두고 있어 실제 망명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마르지예 자파리 이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동포들 곁에 있고 싶다"며 원론적인 답변만을 남겼다.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사망으로 국가적 혼란에 빠져 있었다. 자파리 감독은 한국전 직전 공습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등 팀 전체가 극도의 보안 속에 대회를 치렀다.

한편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 2일 열린 이란과 아시안컵 1차전에서 최유리, 김혜리, 고유진의 연속 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이후 한국은 필리핀을 꺾고 호주와 비겨 2승 1무 조 1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이란을 상대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여자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이란을 상대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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