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에서 무려 17년 만의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쓴 한국 야구 대표팀의 류지현(55) 감독이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C조 4차전서 7-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2승 2패로 호주, 대만과 동률 이뤘지만 팀간 실점률에서 앞서 조 2위에 올랐다. 조별리그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 8강전이 열리는 마이애미로 향하게 됐다.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함은 물론, 복잡한 득실 계산 끝에 '2실점 이하'와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지만 기적을 쓴 것이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전과 대만전에서 생각했던 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선수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도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해 준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칭찬해 주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류 감독은 인터뷰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감독 선임 이후 만 1년 동안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하지만 경기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그 과정이 너무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까 많이 울어서 이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또 눈물이 난다"면서도 "오늘은 울어도 될 것 같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승부처였던 8회와 9회, 극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낸 조병현에 대해 류 감독은 "상상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이겨냈다"고 극찬했다. 또한 펜스 앞 결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이정후에 대해서도 "그 상황에서 직접 잡겠다는 판단과 실행력을 보여준 것은 정말 대단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손주영의 부상으로 맞은 위기에서 '베테랑' 노경은의 투입 과정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류 감독은 "KBO 직원들과 스태프들이 부상 교체 규정을 활용해 노경은이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 덕분"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2이닝을 책임져준 노경은의 활약은 본인의 야구 인생에도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자들의 PICK!
기적을 만든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류 감독은 단호하게 '준비'를 꼽았다. 그는 "비록 과정이 순탄치 않아 힘들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선수들이 감독을 살렸다"며 모든 공을 선수단에 돌렸다.
마이애미에서 열릴 8강전 준비에 대해서는 "오늘은 제 역량을 모두 쏟아부었으니 오늘만큼은 좀 쉬고 싶다"며 재치 있게 답하면서도, "내일 이동하는 순간부터 다시 2라운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