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야구의 진수' 출범 20년 WBC, 진정한 '야구 월드컵'으로 거듭나다 [신화섭의 스포츠 인사이드]

'이게 바로 야구의 진수' 출범 20년 WBC, 진정한 '야구 월드컵'으로 거듭나다 [신화섭의 스포츠 인사이드]

신화섭 기자
2026.03.18 17:22
2009년 제2회 WBC에서 한국은 총 9경기 중 절반이 넘는 5경기를 일본과 치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초창기에는 흥행과 수익을 위한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과 같은 고육지책이 적용되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WBC는 2026년 대회에서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의 총출동과 각국의 전력 평준화, 그리고 흥행 성공으로 진정한 '야구 월드컵'으로 자리매김했다.
베네수엘라 마무리 투수 다니엘 팔렌시아가 17일(현지시간) 2026 WBC 미국과 결승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베네수엘라 마무리 투수 다니엘 팔렌시아가 17일(현지시간) 2026 WBC 미국과 결승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09년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은 총 9경기를 치러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그 중 절반이 넘는 5경기가 일본전이었다.

그해 대회에는 1라운드와 2라운드에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이 적용됐다. 한국은 1라운드 A조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대만을 누른 뒤 승자전에서 일본에 2-14로 졌다(1차전). 패자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에는 다시 일본과 순위결정전에서 1-0으로 이겨(2차전) 조 1위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2라운드에서 한국은 일본, 쿠바, 멕시코와 1조에 편성됐다.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누르고 승자전에서 또 일본과 만나 4-1로 승리(3차전)했다. 그리고 패자전에서 쿠바를 꺾고 올라온 일본과 순위결정전을 벌여 2-6으로 패배(4차전), 조 2위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한국은 베네수엘라를 10-2로 대파하고 사상 첫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는 미국을 9-4로 누른, 또 일본이었다. 결승전에서 한국은 연장 10회 끝에 3-5로 졌다(5차전).

2회째를 맞은 대회 초창기, 주최 측이 대회 흥행과 수익을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자 '꼼수'의 결과였다. 당시 "동네 체육대회에서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쓴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2009 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OSEN
2009 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OSEN
대회 초창기 숱한 난관과 싸우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주도 아래 축구의 '월드컵' 같은, 진정한 세계 야구 최강 결정전을 목표로 2006년 제 1회 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야구가 2012 런던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데 따른 위기감과 MLB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등이 어우러진 산물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야구의 저변이 워낙 좁아 참가국이 제한돼 있었고, 한국과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 정작 세계 최고 리그인 메이저리거들과 구단들도 부상 우려 등을 이유로 출전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주최 측은 투수들의 투구수 및 등판 간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국적만이 아닌 '혈통'까지 참가 자격을 확대해 더 많은 국가와 선수의 참여를 유도했다.

여러 난관 속에서도 WBC는 2013년 처음으로 예선 라운드를 도입하고 2023년 5회 대회 때는 본선 참가국을 종전 16개국에서 20개국으로 늘리는 등 내실을 다져나갔다.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명실상부한 세계 야구 최강전

출범 20주년이 된 2026년, WBC는 이제 진정한 '야구 월드컵'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한국시간) 베네수엘라의 우승으로 끝난 이번 대회에는 메이저리그의 슈퍼 스타들이 사실상 총출동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야구 국가대항전이 펼쳐졌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와 승부욕 또한 과거 어느 대회 때보다도 진지하고 절실해 야구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플레이와 명승부가 속출했다.

야구의 세계화에도 진전이 있었다. 유럽의 이탈리아가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키는가 하면, 미국과 함께 세계 야구 주류로 통하는 일본이 처음으로 8강전에서 탈락하는 등 각국의 전력이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회 흥행 또한 관중수와 시청률 등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호평이 나왔다.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미국-도미니카공화국의 준결승전 시청자수는 740만 명으로 역대 WBC 한 경기 최다이자 지난 주말 모든 스포츠 경기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2026 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전 미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6 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전 미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국 야구에 남긴 숙제

WBC의 성장은 한국 야구로서는 호재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반면 향후 대회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성과와 '일본·대만전 연패, 8강전 콜드게임 패'라는 아쉬움이 교차한 2026 WBC는 한국 야구에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각성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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