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스모계의 전설 테루노후지 하루오(34)가 제자 폭행 사건으로 지도자 계급이 두 단계나 깎이는 중징계를 받았다. 다만 이번 처분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과 훈육 목적이 참작된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본 매체 '데일리 신초'는 17일 지난 2월 제자 하쿠노후지에게 폭력을 휘두른 테루노후지에게 내려진 일본스모협회의 징계 처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스모협회는 지난 9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테루노후지에게 지도자 계급 2단계 강등과 3개월간 감봉 10%의 징계를 내렸다.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복잡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테루노후지는 지난 2월 도쿄의 한 라운지에서 제자 하쿠노후지가 술에 만취해 여성 스폰서 관계자를 성추행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과 손바닥으로 뺨을 한 차례씩 때렸다. 이미 과거에도 유사한 문제로 사고를 쳤던 제자가 또다시 대형 사고를 치자 "언제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냐.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훈육한 것이다.
이에 협회 윤리심의위원회는 테루노후지가 사건 직후 협회에 자진 신고하며 은폐를 시도하지 않은 점, 상습 폭력이 아니라는 점, 제자의 성추행을 막으려는 교육적 동기가 강했다는 점을 참작했다. 덕분에 테루노후지는 소속 팀이 해체되거나 스승 자격이 박탈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스모협회의 폭력 근절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데일리 신초'에 따르면 과거 2007년 제자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했던 시키츠카제 소속 팀의 치사 사건, 2020년 제자들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으로 아예 팀 자체가 강제 해체됐던 나카가와 소속 팀의 사례 등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하쿠호가 제자들 사이의 폭행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팀 해체에 준하는 혹독한 처벌을 받은 것과 대조하며 협회의 일관성 없는 잣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격투계 일각에서는 스모 특유의 정당 행위와 폭력의 경계를 언급하며 옹호론을 펴기도 한다. 스도 야스기 작가는 "말이 통하지 않는 만취한 제자의 파렴치한 행위를 즉각 제지한 스승의 체벌은 결과적으로 제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막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야후 재팬' 등에 따르면 일본 내 여론도 "스승으로서 제자를 교육하는 건 옳은 일이다", "하쿠노후지가 맞을 만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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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2018년 폭력 결별 선언을 발표하며 쇄신을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전통적인 훈육 방식과 현대 사회의 엄격한 윤리 기준 사이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데일리 신초'는 "일각에서는 60대 원로들이 주도하는 협회의 느린 변화 속도를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한 니쇼노세키 오야카 같은 젊은 지도자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처분 직후 테루노후지는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원인을 제공한 하쿠노후지 역시 "경솔한 행동으로 협회와 세상에 물의를 일으켰다"며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