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월드컵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벤치는 비어버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프랑스 ‘RMC 스포츠’의 17일자"사우디가 월드컵을 앞두고 르나르 감독을 경질한다"고 보도했다.
충격은 시점에서 더 커진다. 2026 월드컵은 6월 11일 막을 올린다. 이제 정말 카운트다운 단계다. 그런데 사우디 축구협회는 이 시점에 르나르와 결별했다.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다. 본선을 눈앞에 두고 대표팀의 방향 자체를 다시 뒤집는 결정이다.
르나르 입장에서도 타격이 크다. 그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모로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사우디에 이어 세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벤치에 앉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 계획은 결승선 앞에서 무너졌다.
르나르는 이미 사우디에서 한 차례 기적을 만든 인물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사우디를 이끌며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올려놨고, 조별리그에서 훗날 우승팀이 되는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대이변까지 연출했다.
물론 사우디는 그 대회를 16강 진출 없이 마쳤지만, 르나르의 이름은 그 한 경기만으로도 월드컵 역사에 강하게 새겨졌다. 이후 그는 2023년 사우디를 떠나 프랑스 여자대표팀을 맡았다.
2023 여자 월드컵과 2024 파리 올림픽 모두 8강에서 여정을 마친 뒤 2024년 10월 다시 사우디로 복귀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우디 생활은 첫 번째와 달랐다. 최근 성적이 결정타였다. 더 내셔널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3월 A매치 기간 이집트에 0-4로 크게 졌고, 세르비아에도 1-2로 패했다.
지난해 12월 아랍컵에서도 3위에 그치며 흐름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현지에서 르나르 경질설이 몇 주째 이어졌던 이유다. 르나르 본인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황을 부인했지만, 결국 협회는 월드컵 직전 칼을 빼들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를 잡았던 감독’이라는 과거의 영광도 최근의 불안을 덮어주진 못했다.
독자들의 PICK!
이제 관심은 후임으로 쏠린다. AFP와 알자지라는 전 그리스 국가대표 출신 게오르기오스 도니스가 유력 후보라고 전했다. 사우디는 2026 월드컵 H조에서 우루과이, 스페인, 카보베르데와 맞붙는다. 이미 본선 조편성도 끝난 상태다.
월드컵을 불과 눈앞에 두고 새 감독이 이 팀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셈이다. 한편 르나르는 지난달 오토 아도 감독이 물러난 뒤 가나 대표팀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가나축구협회는 이번 주 카를로스 케이로스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갈 곳도, 무대도 동시에 사라진 셈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사우디가 2034 월드컵 개최를 앞둔 나라라는 점이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현재의 대표팀은 본선 직전 벤치부터 흔들리고 있다.
7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나라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사령탑을 갈아엎었다. 르나르는 떠났고, 사우디는 월드컵 두 달 전 가장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 선택이 결단으로 남을지, 자충수가 될지는 이제 본선에서 드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