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가능한 파이, 결국은 야구장이다…잠실·사직이 가르는 KBO의 미래 [류선규의 비즈볼]

확장 가능한 파이, 결국은 야구장이다…잠실·사직이 가르는 KBO의 미래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2026.04.20 09:46
프로야구는 팀 순위라는 '고정된 파이'와 관중 수, 시청률 같은 '확장 가능한 파이'가 공존하는 산업이다. KBO 리그는 2024년 1000만 관중, 2025년 1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지만, 현재는 수요를 담아낼 공간이 부족한 '공급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잠실 돔구장과 사직야구장 재건축 시 적정 규모 확보가 KBO 리그의 미래 성장 전략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잠실야구장. /사진=두산 베어스
잠실야구장. /사진=두산 베어스

프로야구는 '고정된 파이'와 '확장 가능한 파이'가 공존하는 산업이다.

'고정된 파이'는 팀 순위다. 팀 순위는 10개 구단이 1위부터 10위까지 나눠 갖는 제로섬 구조다. 야구의 수준과 무관하게 누군가는 1위를 하고, 누군가는 10위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 팀이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더 잘하면 정상에 설 수 없고, 반대로 부진하더라도 더 못한 팀이 있으면 최하위를 피할 수 있다. 이처럼 순위 경쟁은 철저하게 상대적이다.

반면 팀 순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은 '확장 가능한 파이'에 해당한다. 이 영역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프로야구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한다. 대표적인 것이 관중 수와 시청률이다.

프로야구 관중 수의 흐름은 이 파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1982년 원년에는 총관중 143만여 명, 평균 6000명 수준에서 출발해 1990년 300만, 1993년 400만, 1995년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는 꺾였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200만 관중에 머물며 리그는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은 관중석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고, 한 경기 69명, 96명 관중 기록은 당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반등이 시작됐다. 2005년 300만 관중을 회복한 뒤, 2007년 400만, 2008년 500만, 2011년 600만, 2012년 700만, 2016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잠시 주춤했지만 팬들은 다시 돌아왔고, 202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어 2025년에는 1200만 관중마저 넘어서며 또 한 번 새 기록을 썼다. 올해 역시 4월 10일, 역대 최소 경기 수와 최소 일수로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을 예고하고 있다. 이 흐름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관중 수라는 파이는 결코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200만까지 줄어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1200만을 넘어 더 커질 수도 있다.

시청률 역시 같은 흐름을 따른다. 관중 수와 마찬가지로 파이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관중이 늘어날 때 시청률도 함께 상승하고, 관중이 줄어들 때는 시청률 역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프로야구 소비가 경기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연동된 시장임을 보여준다. 전 경기 중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2006년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비인기 구단 간 경기가 중계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일부 구단이 자체 비용을 들여 방송사에 중계를 요청할 정도였다. 중계가 확대되면서 팬들과의 접점이 늘어났고, 이는 다시 관중 증가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결국 '고정된 파이'와 '확장 가능한 파이'는 야구라는 같은 콘텐츠 위에 서 있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전자는 구단 간 경쟁의 결과이고, 후자는 리그 전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순위는 나눠 갖지만, 시장은 키울 수 있다.

사직야구장의 응원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사직야구장의 응원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문제는 이 '확장 가능한 파이'가 이제 다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수요를 담아낼 공간이 부족해서다.

지난해 KBO 리그는 1200만 관중 시대에 진입했다. 그리고 주요 구장들은 이미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 KBO 리그 평균 좌석 점유율은 81.8%에 달했고, 한화(98.6%), 삼성(96.5%), LG(91.2%), 롯데(90.4%)는 90%를 넘기며 사실상 포화 상태에 근접했다.

이들 구단은 충분한 팬 수요를 확보하고도 이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한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해 개막전부터 4월 16일까지 치른 홈 11경기가 모두 매진됐다. 최근 홈 9연패라는 부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행복한 비명'을 지를 상황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분명하다. 현재 홈구장 수용 규모는 약 1만7000석인데, 당초 계획대로 2만 석이었더라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던 분위기다. 이는 KBO 리그가 더 이상 '수요 부족'이 아니라 '공급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지점에서 잠실 돔구장과 사직야구장 재건축 문제가 중요해진다. 서울시는 지난 3월 11일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자사업을 통해 잠실 돔구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잠실야구장은 철거에 들어가고, 이후 약 3만 석 규모의 돔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직야구장은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 299억 원을 확보하면서, 부산시 차원의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새 구장의 수용 규모는 2만1000석에서 2만5000석 사이로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 규모가 과연 충분하냐는 점이다. 대전에서 확인된 '공급 한계'의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잠실과 사직은 KBO 리그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시장이다. 서울과 부산은 국내 1, 2위 도시이자, 프로야구 팬층이 가장 두터운 지역이다. 그럼에도 신구장 규모가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KBO 리그는 가장 큰 시장에서 '공급 한계'라는 구조적 제약을 떠안게 된다.

실제로 잠실 돔구장 3만 석 규모를 두고도 팬들 사이에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직야구장 재건축 규모 역시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잠실과 사직 모두 좌석 점유율이 90%를 넘기며 이미 수용 한계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 사업의 하나로 기존 잠실야구장 자리에 새로 들어서게 될 첨단 돔구장 실내 조감도. /사진=서울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 사업의 하나로 기존 잠실야구장 자리에 새로 들어서게 될 첨단 돔구장 실내 조감도. /사진=서울시

해외 사례는 중요한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12개 구장 가운데 9개 구장이 3만 석을 넘고, 이 중 3개 구장은 4만 석 이상이다. 대만 프로야구(CPBL) 역시 4만 석 규모 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완공된 타이페이 돔은 약 4만 석 규모로, 2024 프리미어12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대만이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장 규모는 단순한 수용 능력을 넘어 리그의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다. 대형 구장은 더 많은 팬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제 대회 유치, 콘텐츠 확장,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지며 리그의 외연을 넓히는 기반이 된다.

2028년 청라돔구장이 완공되면, 이후 남는 대형 신축 과제는 사실상 잠실과 사직 두 곳뿐이다. 청라돔과 잠실돔, 사직구장 재건축까지 마무리되면 프로야구 1군 구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구장은 2014년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가 된다. 이는 향후 30년간 신구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의미한다.

현재 프로야구 흥행을 이끄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구장 효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변화는 단순한 시설 교체를 넘어선다. 신구장 건설은 프로야구 산업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비즈니스 환경의 전환점이다.

'확장 가능한 파이'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팬이 더 보고 싶어도 좌석이 없어 들어오지 못한다면, 그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시장을 키운다는 것은 수요를 만들어내는 일인 동시에, 그 수요를 받아낼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잠실 돔구장과 사직야구장의 적정 규모는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다. KBO 리그의 미래 성장 전략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문제는 시각의 차이다. 건설비를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좌석 수가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야구계는 현재의 흥행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좌석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연고 구단은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힘을 모아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고, 리그의 미래를 고려한 적정 규모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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