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2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충남아산과 대구FC에 이어 전남 드래곤즈까지 사령탑이 잇따라 물러났다. 지난 2월 말 개막 후 불과 두 달 만에 3명의 사령탑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례적인 칼바람이다.
시작은 지난 17일 충남아산이었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임관식(51) 감독이 부임 4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 개막 6경기만이다. 성적이 부진한 건 아니었다. 3승 1무 2패(승점 10), 당시 17개 팀 중 7위에 올라 있던 시점에 '석연찮은' 결별이 이뤄졌다. "(임관식) 감독님은 경질당하신 것"이라던 김효일 감독대행의 한 마디는 임관식 감독을 향한 외압설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후임엔 K리그 최초의 외국인 선수 출신 감독이었던 안드레(54·브라질) 전 대구FC 감독이 유력하다. 이르면 29일 공식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흘 뒤엔 대구FC가 칼을 빼들었다. 김병수(55)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대구 역시 3승 2무 3패(승점 11)로 K리그2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인 6위에 단 1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결단을 내렸다. 시즌 전 유력한 승격 후보로 주목을 받았으나, 개막 3연승 뒤 5경기 연속 무승에 6경기 연속 2실점 이상을 허용하면서 경기력이 결국 경질 사유가 됐다. 특히 대구 구단은 상호 합의 해지 등 구단을 예우하는 차원의 표현 대신 대외적으로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전남도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27일 박동혁(47) 감독과 결별을 공식화했다. 개막 9경기 만이다. 전남과 박 감독의 결별 배경은 '성적 부진'이 비교적 명확했다. 전남은 개막 9경기에서 1승 2무 6패에 그치며 17개 팀 중 16위까지 성적이 추락했다. 전남 구단은 '부진 탈출을 위한 선수단 분위기 쇄신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박 감독과 결별 배경을 설명했다. 구단 측은 당초 박 감독과 결별 발표 이후 20여분 만에 어드바이저로 보직이 바뀌었다고 정정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감독이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는 '불편한 동행'이 불가피해졌다.
이로써 K리그2는 개막 두 달 만에 벌써 세 명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특히 충남아산을 시작으로 전남까지, 불과 열흘 새 연쇄적으로 '감독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성적 부진만이 그 이유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팀당 개막 10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흐름이다.

이는 최대 4개 팀이 승격할 수 있는 시즌인 데다, 반대로 최하위팀은 K3리그(세미프로)로 강등될 수 있는 K리그2 상황이 맞물린 흐름으로 풀이된다.
올 시즌 K리그2는 3개 팀(용인FC·김해FC·파주프런티어FC)이 참가하면서 지난해 14개 팀에서 17개 팀 체제로 늘었다. K리그1은 12개 팀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다음 시즌 K리그1은 14개 팀, K리그2는 15개 팀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하는 팀 수가 늘었다.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다이렉트 승격하고, 3~6위는 K리그2 플레이오프(PO)를 벌여 최종 승리팀이 승격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연고협약이 끝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김천 상무가 K리그1 최하위가 아닐 경우, K리그1 최하위와 K리그2 PO 준우승(파이널 패배팀)과 승강 PO가 추가로 열린다. 최대 4개 팀이 다음 시즌 K리그1으로 승격할 수 있는 셈이다.
시즌 초반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의 양강 구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3위 서울 이랜드와 12위 성남FC의 격차가 6점에 불과할 정도로 PO 경쟁은 벌써부터 불이 붙은 모양새다. 6위로만 시즌을 마쳐도 승격 기회가 열리는 만큼 매 경기 그야말로 사투가 불가피하다. 이럴 때일수록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며 승점을 잃으면, 나중에 순위를 끌어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성적 부진만이 이유가 아닌 경우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구단들의 결단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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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 희망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K리그2 최하위와 K3리그 우승팀 간 승강전이 열린다. K3리그 우승팀이 K리그 클럽 라이선스를 보유해야 승강전이 열린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어쨌든 그동안 K리그2에 없었던 '강등 공포'가 올 시즌부터 현실이 됐다. 자칫 구단 판단이 늦어져 부진이 길어지면, 사상 최초의 'K3리그 강등 불명예'와 마주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개막 9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친 16위 전남이 박동혁 감독과 빠른 결별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불과 열흘 새 3명의 감독이 연쇄적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처럼, 사령탑 교체를 고심하고 있는 팀들 입장에서 다른 팀의 감독 교체 소식은 더욱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성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팀들 또한 적지 않다. 더구나 K리그2는 6월 초까지 시즌이 진행되다 월드컵 휴식기를 맞이한다. 사령탑 교체 후 팀을 재정비할 약 한 달의 시간이 있다. 사령탑을 향한 칼바람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