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은 한국으로 올 운명이었을까. 극적인 합류로 포스트시즌(PS) 등록 마감일에 막차를 탄 LG 트윈스 새 외국인 선수 존 케네디(32)가 한국 야구와 인연을 풀어놓았다.
케네디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홈 경기에서 8회초 무사 1루에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퍼펙트로 LG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케네디는 오윤석에게 2루 땅볼 타구를 유도하며 공 4개로 병살 처리했다. 1루를 커버하는 과정에서 큰 키 탓에 몸이 꼬여 넘어지는 등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했다.
경기 후 케네디는 "나도 이렇게 긴장감 있는 상황에 올라갈 줄 예상 못했다. 오히려 첫 등판부터 이런 상황에 던져 앞으로는 좀 더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즐기면서 던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케네디는 지난 15일 같은 호주 국가대표 라클란 웰스(29)를 대신할 아시아쿼터 교체 선수로 총액 2만 달러(약 2800만 원)에 LG로 합류했다. 계약 과정부터 극적이었다. LG는 취업비자 발급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15일 케네디의 KBO 선수 등록을 완료했다. KBO 규약상 해당 시즌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외국인 선수는 8월 15일까지 계약과 등록을 마쳐야 한다. 비자 발급이 조금이라도 늦어졌다면 케네디는 정규시즌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한국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케네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반대다. 한국과 첫 인연은 무려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네디는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제25회 18세 이하(U-18)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호주 대표팀으로 활약했다.
호주는 2012년 9월 5일 미국과 1라운드 경기를 이곳 잠실야구장에서 치렀다. 당시 케네디는 선발 투수로 나와 5이닝 1실점으로 선방했으나, 후속 투수의 방화로 호주는 2-6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대표팀에는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동료 캐반 비지오(31·휴스턴 애스트로스), 리즈 맥과이어(31·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있었다.
이때를 정확히 떠올렸다. 케네디는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사실 아주 오래전에 여기 와본 적이 있다. 18살 때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잠실에서 뛴 적 있다. 그때도 인상적인 구장이었는데 지금 다시 와서 봐도 여전히 인상적"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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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서는 호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들과 직접 맞붙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호주 대표팀으로 출전했다.케네디는 "한국 대표팀을 상대한 경험은 한국에서 던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지금은 시즌이고 당시와 같은 토너먼트 방식은 아니어서 다르겠지만 그 경험을 기본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행을 결정한 뒤로는 사촌이자 올해 KIA 타이거즈 아시아쿼터로 활약했던 제리드 데일(26)과 오랜 친구 웰스가 도움을 줬다. 케네디는 "데일이 KBO 리그의 스케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기에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알려줬다. 호주에서 야구하는 것과 한국에서 야구하는 건 많이 다르다. 미디어와 팬들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또 데일이 KBO 공을 가지고 있어서 빌려줬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그 공으로 연습하면서 미리 적응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웰스와는 묘한 인연이었다. 케네디는 "웰스와 난 우리가 10대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굉장히 오래된 사이"라며 "웰스가 LG는 정말 좋은 구단이라고 했다. 팀 동료들이 외국인 선수들을 잘 챙겨준다고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정말 그렇다. 오스틴과 카라스코도 잘 챙겨주고 있고 한국인 동료들도 적응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웃었다.
최근 호주에서는 선발투수로 뛰었지만 LG가 원하는 불펜 보직도 낯설지 않다. 케네디는 "미국에서 뛸 때는 커리어 내내 불펜이었고 일본에서도 불펜으로 뛰었다. 최근에 다시 선발로 전환한 것이다. 불펜으로 던지는 데 상당히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LG가 기대하는 역할과 케네디가 가장 익숙한 자리까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 케네디의 불펜 투구를 직접 지켜본 염경엽(58) LG 감독은 "제구력이 괜찮고 디셉션이 좋다. 우타자를 상대할 체인지업도 있어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을 수 있다"라며 마무리 손주영까지 연결하는 불펜의 새로운 카드로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를 데뷔전에서 조금은 보여준 케네디다. 이날 케네디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km가 나왔고, 생소한 투구폼에 오윤석도 좀처럼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염 감독은 승리 후 "터프한 상황에서 우리 승리조인 우강훈, 케네디, 손주영이 완벽하게 막아주며 오랜만에 지키는 야구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