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 5-5 동점으로 맞선 9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다저스 배터리는 오스틴 라일리를 고의4구로 1루에 내보낸 뒤 다음 타자와 승부를 택했다. 여기서 김하성(30)이 대타로 나오자 애틀랜타 전담 방송사 ‘브레이브스 비전’ 중계진은 일제히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원래 포수 션 머피 타석이었지만 8회말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로 교체됐고, 지명타자 드레이크 볼드윈이 9회초 포수 마스크를 쓰며 지명타자 자리가 소멸됐다. 9번 투수 타석에서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에겐 대타 카드가 2장 남아있었다. 좌타자 도미닉 스미스와 우타자 김하성. 시즌 성적만 보면 스미스를 선택하는 게 정상이지만 좌투수 상대 타율이 1할대(.161)로 좋지 않았다.
다저스 좌완 마무리 태너 스캇을 맞아 와이스 감독은 우타자 김하성을 대타로 내세웠다. 스미스의 좌투수 상대 성적도 별로였지만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6푼6리(76타수 5안타)로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 마지막 안타가 지난 6월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으로 두 달 전이었고, 최근 17경기에서 27타수 무안타 침묵 중이었다. 지난 1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열흘 동안 벤치만 지킨 탓에 경기 감각도 떨어진 상태였다.
김하성이 대타로 모습을 드러내자 애틀랜타 중계진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09~2010년 KBO리그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에서 외국인 좌완 투수로 활약했던 해설가 C.J. 니코스키는 “이건 대단한데?”라며 놀라움을 표했고, 외야수 출신 해설가 제프 프랑코어도 “이야깃거리가 되겠다”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김하성을 상대로 스캇은 1~3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전부 존을 크게 벗어난 볼이 됐다. 4구째 존에 걸치는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5~7구 연속 파울로 커트했다. 7연속 포심 패스트볼 승부에 김하성도 과감하게 배트를 내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니코스키는 “타이밍을 조금씩 잡아나가고 있다. 실전 타석에 들어서지 못한 지 오래 됐는데도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스캇은 8구째 공도 포심 패스트볼로 택했다. 시속 97.2마일(156.4km) 강속구가 가운데 낮게 존에 들어왔지만 김하성이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혀 잡아당긴 타구는 좌익수 앞으로 떨어졌다. 시속 103마일(165.8km) 하드 히트로 2루 주자 레인 토마스가 홈을 밟으며 6-5 애틀랜타의 끝내기 승리. 김하성은 동료들의 격한 축하를 받으며 유니폼 상의까지 풀어헤쳐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이었던 지난 2023년 4월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끝내기 솔로 홈런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끝내기.
캐스터 브랜든 고딘은 “가장 예상치 못한 영웅”이라고 외치며 김하성의 끝내기에 놀라워했다. 니코스키는 “김하성의 동료들에게서 항상 들은 말이 있다. 그에게 닥친 모든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일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언제든 뛸 준비를 한다고. 이런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선수들은 지금 김하성을 위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순간이다”며 흥분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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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어도 “김하성이 올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스캇 같은 투수를 상대로 열흘 동안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다 많은 공을 파울로 걷어내고,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안타를 만들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헀다. 니코스키는 한국말로 “좋아! 좋아!”를 외치며 좀처럼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타 작전이 대성공한 와이스 감독이 누구보다 가장 감동받았다. 그는 “김하성 덕분에 정말 기쁘다. 알다시피 올해 상황이 그에게는 매우 힘들었다. 엘리트 선수였는데 1년 내내 폼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우리시오 듀본이 잘하다 보니 부상 복귀 후 출장 기회를 잡기 어려웠지만 그는 한 번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왔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고 기뻐했다.
이어 스미스 대신 감하성을 대타로 택한 이유에 대해 와이스 감독은 “스미스도 대타로 잘했지만 스캇이 좌타자에게 무척 강하다. 또 김하성은 커리어 내내 좌투수에게 잘 쳤다. 힘든 한 해이지만 매일 수없이 많은 스윙을 하며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과 인내가 결실을 맺는 건 정말 보기 좋다. 야구가 그런 선수들에게 보상을 줄 때 정말 기쁘다”며 “김하성은 훌륭한 팀 동료이고, 팀원들도 그를 좋아한다.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힘든 한 해 내내 훌륭한 팀 동료였다.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하성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2연패에 빠진 다저스에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하성의 안타 하나 때문에 진 것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실행력이 떨어졌고, 그런 플레이들이 쌓여 이런 결과가 나왔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전반적인 경기력의 문제라고 밝혔다. 연이틀 패전을 안은 스캇은 “패스트볼을 너무 많이 던졌다”고 자책하며 “그냥 다음 날로 넘어가야 한다. 잊어버리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