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9-0이 뒤집히다니, "상대도 8, 9점 낼 수 있다" 명심→추격 빌미 주면 안된다 [김인식의 한마디]

8-0, 9-0이 뒤집히다니, "상대도 8, 9점 낼 수 있다" 명심→추격 빌미 주면 안된다 [김인식의 한마디]

신화섭 기자
2026.08.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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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감독은 최근 KBO리그에서 발생한 대역전패 사례들을 언급하며 큰 점수 차 리드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추격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8-0이나 9-0으로 앞서더라도 상대 또한 그만큼의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당시 일본의 투수 교체 실패 사례를 예로 들며 경기에서 지면 변명의 여지가 없으므로 상대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 않도록 유념할 것을 조언했다.
롯데 한동희(오른쪽)가 지난 18일 사직 키움전 7회 만루 홈런을 친 뒤 홈인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한동희(오른쪽)가 지난 18일 사직 키움전 7회 만루 홈런을 친 뒤 홈인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필자는 요즘 저녁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집에서 프로야구 5경기를 모두 보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야구 경기에서 여러 작전 중에서도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곤 한다.

얼마 전 KBO리그에서는 한 주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경기가 3번이나 나왔다.

8월 18일 사직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롯데 자이언츠에 8-0으로 앞서다 7회말 13점을 내주고 10-15로 역전패했다. 21일 대전 경기에서도 LG 트윈스가 9-0으로 이기다 한화 이글스에 4회말부터 추격을 허용해 11-15로 졌다. 23일 고척에선 KIA 타이거즈가 7-2로 앞선 9회말 2사 후 키움에 끝내기 만루 홈런 등 6점을 헌납해 7-8로 패했다.

한화 선수단이 지난 21일 대전 LG전에서 역전승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선수단이 지난 21일 대전 LG전에서 역전승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필자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8-0으로 리드했다면 상대도 8점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닝이 점차 지나가면서 따라오는 점수를 안 준다면 상대팀도 투수 운용이 달라진다. 그러면 추가점을 낼 기회가 생겨 점수 차를 더 벌릴 수 있다.

반면 "8점 차이니까 4점 정도는 줘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약한 투수를 냈다가 '볼볼' 해서 주자 채우고 안타 맞고 하면 한 이닝에 3~4점은 금방 내줄 수 있다. 다 죽어가던 상대팀의 힘을 북돋아 따라올 수 있는 빌미를 주는 셈이다. 또 '어어' 하면서 점수 차가 좁혀지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더 강한 투수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23일 KIA의 경우 5점 차 앞선 9회말 이태양을 냈다가 1사 만루, 세이브 요건이 갖춰진 후에야 이의리를 등판시켰다. 세이브와 팀 승리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경기에 지면 세이브도 없지 않는가. 이미 불은 났는데 더 큰 불로 번지기 전에 꺼버려야 했다.

키움 선수들이 지난 23일 고척 KIA전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린 김재현에게 물을 퍼붓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선수들이 지난 23일 고척 KIA전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린 김재현에게 물을 퍼붓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아울러 "다음 경기를 위해 빨리 경기를 끝내고 선수들을 쉬게 해준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면 경기 시간이 길어져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주전들을 교체해준다 해도 숙소로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하므로 큰 차이가 없다.

이같은 사례는 국제대회에서도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은 2015년 제1회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은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7회초까지 단 1안타(7회 정근우) 11삼진으로 눌렸다.

그런데 일본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3-0으로 앞선 8회초 85구를 던진 오타니를 내리고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등판시켰다. 그 대회 조별리그 때부터 보여준 마운드 운용이기는 했다. 노리모토는 8회초는 삼자범퇴로 막았으나 9회초 무너졌고, 일본은 결국 3-4로 역전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한국은 결승에서 미국을 8-0으로 꺾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김인식(위) 야구대표팀 감독이 2015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김인식(위) 야구대표팀 감독이 2015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고쿠보 감독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오타니에게 1이닝을 더 맡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필자도 그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던 기억이 있다.

결국 경기에서 지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감독으로선 투수를 아끼려는 생각도 있었을 테고, 당시 상황에선 최선을 다했겠지만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필자 역시 과거 감독 생활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기는 하다. 하지만 크게 리드하고 있더라도 주자 몇 명 채워지는 것을 쉽게 보지 말고 상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줄 것을 KBO리그 감독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현 KBO 원로자문단)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스타뉴스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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