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하현승(18·부산고)이 있었다면 올해는 한규민(17·대전고)이다. 쟁쟁한 3학년 투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2학년으로 태극마크를 단 한규민이 자신의 첫 국제대회를 앞둔 각오를 드러냈다.
정윤진(55·덕수고)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야구대표팀은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대표팀 투수는 단 6명이다. 하현승을 비롯해 박근서(18·서울디자인고), 윤예성(19·인창고), 김민훈(18·광주진흥고), 곽도현(18·부산공고)까지 5명이 2027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3학년이다. 그 사이에 유일한 2학년 한규민이 이름을 올렸다.
1년 전 하현승과 닮았다. 똑같은 좌완인 하현승도 2학년이던 지난해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돼 일본과 대만을 상대했다. 1년이 흐른 지금은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과 투·타에서 빼어난 기량을 앞세워 2027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유력 후보로 성장했다.
한규민도 벌써 또래 수준을 넘어선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8㎝, 몸무게 86㎏의 체격을 지닌 좌완으로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최고 시속 147㎞ 직구가 위력적이다.

1학년부터 대전고 마운드의 주축이었고 올해는 에이스로 올라섰다. 한규민은 16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1.19, 68이닝 18볼넷 6몸에 맞는 공 85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0을 기록했다. 대전고의 이마트배 4강과 황금사자기 준우승에도 앞장섰다. 특히 황금사자기에서는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8로 대전고의 64년 만의 결승 진출을 이끌어 감투상까지 받았다.
그 과정에서 하현승과 직접 맞붙었다. 부산고와 16강전에서 하현승이 5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자 한규민도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경기 끝까지 1실점(비자책)으로 버텨 대전고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한규민은 스타뉴스에 "내 몸도 지쳤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체력을 올리고 제구도 더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빠른 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서클체인지업, 스위퍼,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한다.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고 스위퍼로 헛스윙을 끌어낸다. 지난 1월 KBO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를 통해 미국 IMG 아카데미에서 연수하며 체인지업 그립과 투구 메커니즘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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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규민에게도 2학년 태극마크는 예상보다 의미가 컸다. 최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한규민은 "좋은 형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고 배울 것도 많다"며 "2학년인데도 기대를 해주셔서 뽑아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동이든 웨이트 트레이닝이든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형들에게 먼저 다가가 묻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같은 좌완 형들에게 몸 관리와 투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있다. 2학년 시즌에는 스스로 10점 만점을 줄 정도로 만족스럽다. 한규민은 "성공적인 시즌인 것 같다. 시즌 전 목표가 다치지 않는 것과 팀 성적이었는데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며 "경기 운영하는 법도 많이 배워 괜찮았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내년에는 15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롤모델 역시 강속구 투수 문동주(23·한화 이글스)다. 좌완과 우완의 차이는 있지만, 빠른 공뿐 아니라 경기 운영과 마운드에서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까지 닮고 싶어 한다.
하지만 첫 태극마크를 단 이번 대회에서는 155㎞도, 에이스 자리도 욕심내지 않는다. 지난해 하현승처럼 일본과 대만을 상대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저 자신의 몫을 해내겠다는 생각이다. 한규민은 "잘하고 싶기는 하지만,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형들이 다 잘하기 때문에 나도 내가 할 것을 하고 1인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하던 17세 좌완에게 "일본이나 대만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을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한규민은 "자신 있다. 내가 금메달을 이끌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형들과 함께 정말 죽어라 던지겠다"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