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길준영 기자] 경남고 이호민이 청소년 국가대표 4번타자 자리를 차지했다.
정윤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청소년 대표팀은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8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이호민은 첫 태극마크의 감격을 뒤로 하고 방망이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대만 타이페이 청소년 야구 대표팀 숙소에서 만난 이호민은 지난 7일 “친구들의 연락으로 발탁 소식을 들었다. 대표팀에 승선했다는 건 곧 프로 지명을 뜻하는 만큼 더 기뻤다”며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4번에 배치해 주셨으니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호민이 첫 국가대표에서 4번타자를 맡은 이유는 명확하다. 올해 타율 4할2푼(69타수 29안타) 2홈런 19타점 12득점 6도루를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달 27일 울산 웨일스와의 연습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정 감독은 “대표팀에 온 뒤로 타격감이 더 좋다. 타격할 때 왼쪽 어깨가 들리는 것만 잡아줬고, 더 흠잡을 데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호민도 프로 선수들의 공을 직접 상대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울산 선배들의 볼 끝이나 구위가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게 느껴졌지만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면서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의 오다 쇼키 선수와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오다 쇼키는 일본 고시엔(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구속 신기록(시속 156km)을 경신한 특급 유망주다.
이번 대회에서 이호민은 익숙한 1루수로 나선다. 2학년까지 1루수로 뛰었던 그는 올해 코치진의 제안을 받아들여 3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우주로(대전고), 강인규(청주고) 등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내야에 포진한 만큼 정 감독은 이호민에게 다시 1루를 맡겼다. 이호민은 “1루수는 내야수들의 엄마와도 같다. 모든 공을 다 막아주겠다”며 “3루보다 수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타격에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표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특유의 친화력도 한몫했다. 지난 5일 타오위안 펑전 구장에서 열린 첫 현지 훈련에서 동료들의 라이브 배팅을 지켜보며 공 하나하나에 응원을 보냈고, 스트라이크가 나오면 주심의 삼진 포즈를 따라 하는 등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이호민은 “평소에는 내향적이지만 야구장에서만큼은 외향적”이라며 “친구들이 긴장하면 옆에서 다독여 주고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친구들과는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많이 친해졌다. 이제 충암고 (장)민제를 빼고는 다 친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민제와도 대회 안에 친해질 것 같다. 같이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밥도 먹으면서 벌써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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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민 개인에게 이번 대회는 오는 21일 열리는 2027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마지막 쇼케이스이기도 하다. 이미 ‘야수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는 이호민은 “대표팀 경기로 구단에 나의 장점을 더 보여줄 수 있어 특별하다. 지명 순번이 올라갈 기회”라며 “1라운드 지명은 쟁쟁한 투수들이 많아서 잘 모르겠지만 야수 중에서는 가장 먼저 불리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도 좋은 활약으로 더 높은 순위로 프로에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이면 꿈꿔왔던 프로 무대를 밟게 된다. 롤모델로는 같은 경남고 출신 이대호를 꼽았다. 이호민은 “거구임에도 부드럽고 정교한 타격이 인상 깊었다. 선배님이 유튜브에서 설명하는 타격 이론을 실전에 적용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면서 “올해 1루에서 3루로 포지션을 바꾼 만큼 노시환 선배님도 닮고 싶다”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이호민의 모교인 경남고 출신이다. 이호민은 경남고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선배들이 많이 계신다. 이번 대표팀에도 (박)보승이, (안)우석이를 포함해 가장 많은 3명을 배출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