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시절,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전신)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던 박정배(44). 베테랑 리더십으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던 그는 이제 지도자로 활약 중이다.
스타뉴스가 창간 22주년을 맞이해 창간 연도인 지난 2004년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돼 그라운드를 누볐던 영웅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한양대를 졸업한 박정배는 2005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전체 41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11시즌을 마친 뒤 두산을 떠난 그는 2012시즌을 앞두고 SK와 연을 맺었다. 그리고 2019시즌까지 SK의 불펜 투수로 맹활약한 뒤 2020년 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KBO 리그 1군 통산 성적은 373경기에 출장해 28승 23패 20세이브 59홀드, 평균자책점은 4.83.
이후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2021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키움 히어로즈에서 불펜 코치를 지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이승엽 당시 두산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친정팀인 두산으로 향했다. 두산에서는 1군 메인 투수 코치로 안정적인 운용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지난 시즌까지 3시즌 동안 두산에서 코치로 몸담은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KIA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현재 그는 KIA 2군 투수 코치로 유망주를 양성하고 있다.
그가 신인으로 지명됐던 2004년. 지금과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박 코치는 2군 육성 환경과 지도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2군 전용 훈련 구장이 생기고, 육성 부문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훈련 인프라가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다. 또 코칭스태프 역시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파악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해 주는 방향으로 지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깨끗한 매너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오랜 기간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 "부여된 훈련은 빠짐없이 소화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풀리지는 않았다. 부상도 잦았다"며 "결국 신체가 강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웨이트 트레이닝 등 피지컬 단련에 집중했고, 몸이 바뀌면서 기량도 함께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단련했던 노력이 롱런의 발판이 됐다"면서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 경험을 후배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젊은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으로는 '주변인에 대한 태도'와 '성실함'을 꼽았다. 박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라고 당부한다. 평소 노력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본인이 부진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에서 진심 어린 도움을 건넬 수 있다. 나중에 본인이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를 품어줄 수 있도록 그라운드 안팎에서 타인을 향해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자들의 PICK!
선수 지도 원칙에 대해서는 선수의 개성과 장점을 우선 존중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코치는 "선수가 본래 지닌 능력을 먼저 마음껏 펼치게 한 뒤, 보완점이나 수정 사항을 점진적으로 대화해 나간다"며 "지도자의 기준에 맞춰 단번에 뜯어고치기보다는 선수의 고유한 강점을 살려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선수한테 맡길 수는 없는 일. 성장이 정체되거나 변화가 필요한 선수는 또 다르게 대한다. 박 코치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야구"라며 "요즘은 트래킹 데이터와 영상 분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데이터를 근거로 조언을 건네며 선수가 스스로 납득하고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각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훈련량을 늘려 반복 연습을 진행한다. 또 구단 시스템에 따라 집중 육성군에 배치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벌써 코치로 세 구단을 경험한 박 코치다. 그는 "구단마다 고유한 시스템과 육성 방식이 있다"며 "다양한 환경을 경험한 덕분에 좋은 점은 접목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덜어낼 수 있어 지도자로서 큰 자산이자 장점이 된다"고 했다.
현재 박 코치가 KIA 2군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투수는 누구일까. 박 코치는 "(2026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전체 60순위)로 입단한 지현은 초반에 평범해 보였으나, 퓨처스 주력 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경기력이 크게 좋아졌다. 다만 신인인 만큼 투구 수와 이닝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좌완 최유찬(2026 KIA 8라운드 80순위)은 잠재력이 좋고, 노력도 많이 하는 편이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향후 과제"라며 치켜세웠다.
박 코치는 "1군 무대를 경험한 뒤 이를 발판 삼아 더 노력하고 성장해야 하지만, 그것이 단숨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면서 "선수들이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지도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KIA 팬들을 향해 "함평에 머무는 동안 팬들의 뜨거운 열정과 응원을 피부로 실감했다. KBO 리그 전체 인기가 뜨겁지만, KIA 팬들의 열기는 유독 대단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선수를 향한 날 선 반응은 다소 아쉬울 때도 있는 게 사실"이며 "주말마다 함평 구장을 찾아와 북적이는 팬들을 보면 큰 힘이 된다. 과도한 비판이나 질책보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많이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준비된 지도자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박 코치는 "기회는 구단에서 부여하는 것"이라며 "지도자 생활하는 동안 많은 것을 경험했다. 여전히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에 있다. 어느 위치에 서든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인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