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리그 시도민 구단은 끝났나' 왜 29개 중 무려 17개가 '세금 구단'인가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제 K리그 시도민 구단은 끝났나' 왜 29개 중 무려 17개가 '세금 구단'인가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2026.09.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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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29개 구단 중 17개가 지자체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민 구단으로, 정치화와 재정난 등 산업적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폴란드는 유로 2012 이후 경기장 임대료 부담과 세금 투입에 대한 시민 불만이 커지자 시도민 구단을 민간에 매각하며 리그 경쟁력을 높였다. K리그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민 구단의 점진적인 민영화와 경기장 운영권 확보, 시설 개보수가 필요하다.
포돌스키. /사진=구르니크 자브제 공식 SNS
포돌스키. /사진=구르니크 자브제 공식 SNS

한국 축구의 아픈 손가락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시도민 구단이다. 시도민 구단의 숫자는 현재 29개의 프로축구 1, 2부 구단 가운데 17개나 된다. 2026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시도민 구단 운영비용은 1511억 원에 달한다. K리그가 '세금 리그'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물론 시도민 구단은 지방 소멸 시대를 맞아 지역 홍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나 도지사가 구단주인 시도민 구단은 축구의 정치화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구단주는 축구단을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시민구단에서는 공금횡령과 같은 비리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도민 구단은 K리그의 산업적 발전에 저해 요소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적지 않은 시도민 구단은 전향적인 구단 운영을 하기 어려워서다.

◆ K리그 시도민구단은 2002 월드컵의 값비싼 청구서

되돌아보면, K리그 시도민 구단의 출범은 외부의 영향이 컸다. K리그 시도민 구단 창단은 4강 신화에 빛나는 2002 한일 월드컵이 남겨 놓은 값비싼 청구서였기 때문이다.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이 신축됐지만, 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존의 프로 축구단은 5개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한국 최초의 프로축구 시민 구단 대구 FC를 시작으로 광주 상무(현 광주 FC)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창단됐다. 기본적으로 월드컵 경기장이 '돈 먹는 하마'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2003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로스포츠 구단 창단 지원책을 내놓은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월드컵 경기장 활용 목적으로 생겨난 K리그 시도민 구단은 유럽 축구의 시민 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K리그 시도민 구단은 소시오(조합원)가 이끄는 스페인 축구단이나 독일의 축구단처럼 시민이 축구단의 회원으로 구단 운영에 주요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무늬만 시민 구단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으로 시선을 확장하면 K리그 시도민 구단과 같이 운영되는 프로 축구단은 존재한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지자체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K리그 엠블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엠블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유로 2012 개최가 바꿔 놓은 폴란드 시민 구단의 운명

폴란드가 좋은 사례다. 폴란드 프로축구 리그는 전통적으로 시민 구단이 다수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폴란드 프로축구 리그는 크게 변했다. 엑스트라클라사(1부리그)에 속해 있는 18개 팀 가운데 지자체가 운영하는 구단의 숫자는 이제 4개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폴란드 리그의 변신은 K리그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궁극적으로 K리그의 발전과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구단 운영에 더 많은 민간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폴란드 프로축구의 민영화 바람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 변화의 시작점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공동 개최한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12 대회였다.

당시 폴란드는 대회 개최를 위해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축구장 3곳을 신축했다. 이후 유로 대회 개최도시가 아닌 지역의 구단들도 팬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다퉈 경기장을 새롭게 지었다.

하지만 대다수 폴란드 축구단은 4만 명 수준의 현대식 경기장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관중 수용 능력은 3배 정도로 늘어났지만, 관중 숫자는 과거와 거의 비슷했다. 설상가상으로 폴란드 시민 구단은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익모델도 없었다.

누적된 적자는 시민 구단에 재앙이었다. '왜 시민 구단의 적자를 메우는 데 세금을 쓰느냐'는 시민들의 불만도 폭증했다. 이에 지자체는 시민 구단 지원을 위한 시 예산 보조금이나 후원을 삭감했고, 리그의 경쟁력은 추락했다. 결국 지자체는 시민 구단을 민간에 매각해야 했다.

K리그 엠블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엠블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유럽 최고 수준의 경기장과 낮아진 시민구단의 가치

민간 투자자들은 폴란드 시민 구단 인수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핵심적 이유는 시민 구단의 홈구장 시설이 유럽에서 최상위 수준이면서도 시민 구단의 인수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다.

폴란드 혈통의 독일 축구 스타 루카스 포돌스키가 이끄는 투자 그룹을 비롯해 국내외 민간 투자자들은 시민 구단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폴란드 엑스트라클라사의 경기 당일 수입과 중계권료는 오르기 시작했다.

유럽 축구의 변방에 머물러있던 폴란드 축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폴란드 축구계는 UEFA 컨퍼런스 리그 창설을 주도했다. 2021~2022시즌에 창설된 컨퍼런스 리그에서 폴란드 클럽들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의 뒤를 잇는 컨퍼런스 리그의 창설은 이처럼 폴란드 축구단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무대였다. 컨퍼런스 리그 효과에 힘입어 폴란드는 2026~2027시즌에 UEFA 리그 랭킹 10위까지 올랐다. 3년 전만 하더라도 21위에 머물러 있던 폴란드 리그의 대약진이었다.

자연스레 엑스트라클라사의 평균 관중 숫자도 급증했다. 2025~2026시즌 리그의 평균 관중 수는 1만 4000명에 육박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45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2020~2021시즌에 3000억 원을 넘지 못했던 리그의 매출도 지난 시즌에는 4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에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경기 당일 수입은 1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여전히 지자체가 대다수 경기장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 계약을 통해 폴란드 축구단이 경기장 운영을 직접 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점진적인 시도민 구단의 민영화와 구단이 장기 계약을 통해 경기장 운영을 직접 할 수 있는 구조의 확산 속에서 K리그의 성장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

무엇보다 관람 만족도를 높이는 팬 경험 중심의 시설 개보수가 절실하다. 올 시즌 K리그 1 12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경기장은 2012년에 개장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숭의 아레나)이다. 나머지 K리그 1 구단의 홈구장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만들어졌다. 심지어 1980년대에 준공한 경기장도 존재한다. KBO 리그의 폭발적 성장은 최근 12년간 10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의 홈구장이 신축되면서 시작됐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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