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BO리그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의 전력은 비슷하다고 본다. 키움은 투수력은 작년보다 나아졌지만 야수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SSG 랜더스도 아빌라 같은 투수가 전반기부터 있었다면 성적이 이렇게 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등 상위권 팀들의 차이는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 다른 팀보다 몇 명 더 있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막판 변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14일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은 앞으로 2주가량 소속팀을 떠난다. 순위 싸움을 벌이는 팀들 중에선 KT(박영현 소형준 오원석)와 KIA 타이거즈(김도영 박재현 성영탁), 두산 베어스(곽빈 최민석 박준순) 등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3경기 차로 좁혀진 두산과 NC 다이노스의 5위 싸움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동안 전력 손실이 가장 크다고 평가 받는 두산에 비해 NC는 유격수 1명(김주원)만 차출됐다. 그의 공백도 만만치는 않지만 투수는 한 명도 빠지지 않았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마이크 클레빈저까지 가세한다. 더욱이 두산은 이제 16경기만을 남겨둔 반면 NC는 여섯 경기 더 많은 22경기를 치르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맞대결에서 두산의 투수 운용에 대해 평론가로서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날 두산은 1회초 선발 잭로그가 3점을 내줬으나 곧이은 1회말 5점을 뽑고 2회말에도 1점을 보태 6-3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잭로그는 5회초 다시 3점을 내줘 6-6 동점을 허용했다.
잭로그가 5회를 채운 뒤 두산은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그러나 김정우가 두 타자 연속 볼넷으로 물러나고 타카다는 박민우의 우전 안타와 김주원의 유격수 땅볼로 선행 주자를 모두 홈인시킨 뒤 권희동에게 투런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6-10으로 역전 당한 두산은 이후 박치국-이용찬-김택연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고 타선이 3점을 쫓아갔으나 결국 9-10, 한 점 차로 패하고 말았다.
두산으로선 더 강력한 투수를 조기에 쏟아부었어야 한다. 잭로그가 5회초 5타자 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해도 교체를 하지 않았다. 투구수(최종 88개)가 적긴 했어도 리드를 잡고 있을 때 바꾸는 게 좋았다.
독자들의 PICK!
6회부터 나온 김정우는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투수이다. 또 그동안 두산은 필승조를 대체로 김정우-타카다-김택연-이영하 순으로 내보낸 것은 맞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5위 자리를 사실상 유일하게 위협하고 있는 NC전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투수 운용을 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다. 따라서 불펜 투수의 등판 순서를 바꿔 가장 센 투수를 먼저 올릴 필요가 있었다. 결국 마무리 이영하는 써보지도 못하고 지지 않았는가.

심지어 9일 SSG전 선발 등판 후 이틀을 쉰 곽빈의 투입도 고려해볼 만했다. 곽빈이 14일 대표팀에 소집되더라도 곧바로 본격 피칭을 하는 것이 아니고 연습을 할 뿐이어서 큰 지장은 없었다. 감독이 미처 생각을 못 했다면 코치들이 옆에서 얘기를 했어야 한다.
두산은 이튿날인 13일에 승리해 NC와 격차를 3경기 차로 유지했다. 만약 12일 경기를 잡았다면 승차를 5경기를 벌리고 좀더 여유 있게 아시안게임 차출을 맞을 수 있었다. 2연전 1승 1패면 본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두산으로선 3연전에서 1승 2패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짝수 해마다 우승(2010, 2012, 2014년)할 때 매디슨 범가너를 선발뿐 아니라 불펜 투수로도 활용했다. KBO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의 결정적인 경기에서는 선발 요원이 구원 등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제 각각 남은 20경기 정도는 일반적인 페넌트레이스라 생각하면 안된다. 경기도 띄엄띄엄 열리므로 그동안의 선발 로테이션은 물론이고 불펜 등판 순서 또한 반드시 지킬 필요 없이 가장 강력한 투수를 조기에 내보내야 한다.
두산뿐 아니라 다른 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순위가 달라지고 가을야구를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수도 있다. 한 경기를 놓치면 내년 개막 때까지 경기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중에 혹시 1경기 차로 순위가 결정된다면 아쉽게 패한 경기 하나가 얼마나 후회되겠는가.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현 KBO 원로자문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