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60승을 거둔 마이크 클레빈저(36)가 가을야구 막차를 쫓는 NC 다이노스의 마지막 승부수가 됐다.
클레빈저는 15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 특히 중요한 시기에 팀에 합류하게 됐다"며 "한국 야구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전부터 이곳에서는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고 그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KBO 리그에 흔히 오는 경력의 투수는 아니다. 클레빈저는 MLB 통산 9시즌 동안 164경기(142선발)에 등판해 60승 44패 평균자책점 3.55, 809⅔이닝 822탈삼진을 기록한 우완 투수다. 201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그해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경험했다. 2020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고 지난해까지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부상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의 이름값으로는 최고라는 평가다. 기존 외국인 투수 커티스 테일러(31)가 오른쪽 어깨 극상근 미세 손상으로 최소 6주 재활 판정을 받으며 지난 8일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빠르게 움직인 NC는 나흘 뒤인 12일 클레빈저를 7만 5000달러(약 1억 원)에 데려왔다.
올 만한 이유도 있었다. 클레빈저는 2012년과 2020년 두 차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고 2024~2025년에는 빅리그 12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으나, 빅리그에 오르지 못한 채 지난달 7일 방출돼 한 달 동안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공을 놓지는 않았다. NC 이호준(50) 감독에 따르면 데려올 수 있는 투수 후보군 중 가장 최근까지 몸 관리를 했던 선수는 클레빈저가 유일했다. 클레빈저는 "일주일에 5일씩 운동했다. 불펜 피칭을 하고 시뮬레이션 이닝도 소화했다"며 "실제 경기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실전 경쟁 없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NC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13일 입국한 클레빈저는 14일 창원NC파크 마운드를 처음 밟은 데 이어 16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곧바로 KBO 리그 데뷔전에 나선다. 이 감독은 "조금 강행군이긴 하다"면서도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준비시킬 상황은 아니다. 만약 30~40구 정도밖에 던질 수 없고 빌드업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최대 60구까지 예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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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클레빈저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나는 항상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 이런 순간을 위해 산다(I'll live for this)"며 "야구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래 하고 싶다. 좋은 경쟁과 좋은 환경에서 계속 야구할 기회라면 언제든 좋다. 경기장의 분위기에서 에너지를 얻어 시차도 극복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 차례 수술을 거쳤지만, 자신의 강속구가 사라졌다는 시선에도 선을 그었다. 클레빈저는 "올해도 최고 시속 98마일(약 158㎞)을 던졌다. 구속이 그렇게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의 99마일(약 159㎞)까지 나왔다. 구속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더 노련해졌다. 클레빈저는 "예전에는 4개 구종을 던졌는데 지금은 6개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NC 역시 평균 시속 152㎞의 속구와 체인지업, 커터, 스위퍼 등을 그의 강점으로 평가한다.
이 감독이 영상을 통해 가장 주목한 구종은 체인지업이었다. 이 감독은 "첫째로 체인지업이 좋다. 한국에는 왼손 타자가 많은데 체인지업이 좋다는 건 장점"이라며 "영상을 보면서 체인지업에 놀랐다. 영상만큼만 던져주면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대했다.
공교롭게도 첫 상대부터 특별하다. 16일 LG 선발은 카를로스 카라스코(39)다. 둘은 클리블랜드에서 5년을 함께한 옛 동료다. 클레빈저는 "카라스코와 월드시리즈에도 함께 나갔고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서로의 가족과 아이들도 알고 있을 만큼 깊은 관계"라며 "다른 나라에 와서 다시 그를 만나게 됐다. 지금도 저쪽을 바라보면 그의 얼굴이 보인다. 이런 게 야구의 아름다움"이라고 웃었다.
그러나 지금 클레빈저가 바라보는 곳은 옛 동료가 아닌 NC의 가을이다. 정규시즌 막판 합류한 그는 규정상 올해 포스트시즌에는 등판할 수 없다. 그럼에도 클레빈저는 "나는 NC가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왔다. 이 팀과 선수들이 (가을야구라는) 문턱을 넘는 걸 보고 싶다. 그 자체로 정말 기쁠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직접 가을야구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던 클레빈저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도 남겼다. 그는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뛰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그것도 내 꿈 중 하나다. 하지만 어쩌면 내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웃었다. 취재진이 "내년에도 KBO 리그에서 뛸 생각이 있나"라고 다시 묻자 클레빈저는 "분명히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