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안 나와도 잡을 수 있다" 데이터 덕후 '준혁 학생'의 깨달음... NC가 기다린 불펜 핵심이 자란다 [인터뷰]

"150㎞ 안 나와도 잡을 수 있다" 데이터 덕후 '준혁 학생'의 깨달음... NC가 기다린 불펜 핵심이 자란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6.09.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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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의 우완 투수 이준혁은 데이터 분석과 최신 야구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공을 활용하는 방법을 깨달으며 성장하고 있다. 시즌 중반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 기간을 거친 그는 구속에만 집착하지 않고 투심과 스위퍼의 움직임을 활용해 타자를 상대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호준 NC 감독은 이준혁을 내년 시즌 팀의 키 플레이어로 꼽으며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NC 이준혁이 16일 창원 LG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NC 이준혁이 16일 창원 LG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데이터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준혁 학생' 이준혁(23·NC 다이노스)이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공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준혁은 용인포곡초(처인구리틀)-성일중-율곡고를 졸업하고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NC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지난해 1군에 데뷔했다.

올해 초부터 강렬했다. 시범경기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5⅓이닝 무사사구 9탈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투수 전문 트레이닝 아카데미 트레드 애슬레틱스에서 배운 투심 패스트볼(투심)과 스위퍼를 활용하면서 주목받았다. 자신의 공을 최신 야구 이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시련도 있었다. 4월까지 9경기 평균자책점 0.93으로 순항했지만, 5월에는 7경기 평균자책점 7.50, 6이닝 9사사구로 흔들렸다. 결국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했고 8월 말 확대 엔트리로 돌아올 때까지 3개월간 1군 등판은 4경기에 그쳤다.

최근 창원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이준혁은 "5~6월에도 기록 자체는 괜찮았던 때가 있었지만,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높았고 이닝과 사사구가 같이 갔다. 정말 운에 의존한 피칭이었다"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이준혁.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준혁.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퓨처스리그에서 얻은 건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준혁은 "항상 100%의 컨디션일 수 없다는 것도 느꼈다"며 "100%가 아니어도 움직임이 좋으니까 '꼭 150㎞가 안 나와도 나는 타자를 잡을 수 있어'라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조금 더 차분하게 어떤 공을 던질지, 어디에 던질지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9월 복귀 후 5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볼넷은 하나뿐이고 삼진은 8개를 잡았다. 7월부터 퓨처스리그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이닝을 소화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지난 15일 창원 LG 트윈스전이 대표적이었다. 이준혁은 6회부터 31구로 2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삼진 3개를 솎아냈다. 문정빈(23)을 상대로 슬라이더와 스위퍼를 바깥쪽에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고 구본혁(29)은 몸쪽 시속 145㎞ 투심으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땅볼로 잡았다.

베테랑 오지환(36)과 승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준혁은 바깥쪽 투심과 스위퍼에 오지환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자, 슬라이더와 투심을 낮게 던지며 풀카운트까지 승부했다. 마지막에는 다시 바깥쪽 투심을 선택해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8회에도 이주헌(23)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홍창기(33)를 상대했다. 홍창기 역시 바깥쪽 유인구에 속지 않자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바깥쪽 높은 투심으로 루킹 삼진을 끌어냈다. 신민재(30)까지 2루수 땅볼로 잡아 6타자를 완벽히 처리했다.

이호준(50) NC 감독도 이준혁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올 시즌 막판 활용할 카드로만 보는 것도 아니다. 이 감독은 "(이)준혁이가 내년에는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라며 "올해도 시작할 때 준혁이가 중간에서 해주면 불펜이 정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이준혁 카드'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준혁.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준혁은 투심을 장착하면서 구속에 대한 욕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어쨌든 같은 패스트볼이기 때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타자에게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투심은 움직임이 돋보이는 공이다. 그날 구속이 조금 안 나오더라도 '오늘은 이 무브먼트를 잘 활용해서 타자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퍼도 이제 단순히 옆으로 휘게 만드는 공이 아니다. 이준혁은 "이제는 (김)형준이 형이나 (안)중열이 형과 바깥쪽 유인구면 유인구, 좌타자 먼 쪽에서 들어오는 백도어면 백도어라는 식으로 구분해서 던지려고 한다"며 "지난주 경기부터 그런 부분이 계속 잘 먹히고 있다. 이제서야 손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성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이준혁은 이미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세이버 메트릭스와 야구 데이터에 관심을 보이던 학구열 높은 학생이었다. 그래서 별명도 '준혁 학생'이다. 고교 시절에도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그는 "처음 랩소도로 측정했을 때 내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서 신기해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관련 글과 영상도 직접 찾았다. 수직 무브먼트가 높아야만 좋은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 '데드존 패스트볼' 같은 개념을 접하며 자신의 생각을 넓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트레버 바우어(35)의 개인 유튜브 채널까지 번역 자막과 음성 지원을 활용해 찾아봤다. 이준혁은 "클레빈저에게 바우어와 오프시즌에 마이크를 차고 운동하는 영상을 봤다고 이야기하면서 유튜브 채널 이름을 말했더니 좋아하더라"고 웃었다.

(왼쪽부터) 이준혁, 김태훈, 김녹원.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왼쪽부터) 이준혁, 김태훈, 김녹원.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NC의 환경도 그의 성향과 잘 맞았다. 이준혁은 "내 관심사와 구단의 방향성이 잘 맞았다"며 "코치님들뿐 아니라 데이터 팀에서도 궁금한 것을 요청하면 언제든 알려주시고 볼 수 있게 해준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준혁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시즌 초 데이터와 최신 피칭 이론에 밝은 모습으로 주목받으면서 이준혁만의 독특한 성향처럼 알려졌지만, 정작 그는 NC 젊은 투수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강조했다.

이준혁은 "시즌 초 인터뷰 때문에 나만 이런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 나 말고도 NC에 있는 어린 불펜 투수들이 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며 "(신)영우도 그렇고 (전)사민이 형, (송)명기 형도 그렇다. 투수들 분위기 자체가 그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궁금증이 생기면 동료와 코치진에게 답을 구한다. 외국인 투수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좌타자를 상대할 새로운 무기를 고민하면서 라일리 톰슨(30)에게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은 어느 정도의 움직임과 구속 차이를 만들어야 효과적인지 물었다. 이준혁은 "그러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코치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라일리도 이런 부분을 많이 알고 있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파고들던 '준혁 학생'은 이제 숫자를 읽는 것을 넘어 1군 마운드에서 활용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준혁은 "1군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 그래서 보직에 상관없이 1군에서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군 경기에 나갈 때마다 책임감을 느낀다.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매 경기, 매 타자, 공 하나에 집중하느라 바쁘다. 그렇게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믿는다. 현재로선 우리 팀이 한 단계라도 더 높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에 제일 큰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준혁(가운데).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준혁(가운데).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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