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인천공항, 고성환 기자] 스스로도 의심하며 출국했던 이준석(27)이 금메달과 함께 금의환향했다. '테크볼 아시안게임 초대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그가 밝은 미소와 함께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준석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입국장에 들어섰다. 그는 취재진과 팬들의 축하 박수를 받으며 함께 땀 흘린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준석은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세트 스코어 2-0(12-11, 12-5)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압도적인 이준석의 여정이었다. 그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우승'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테크볼의 초대 우승자는 대한민국 이준석이었다.
취재진 앞에 선 이준석은 "출국할 때는 지금처럼 많은 기자분들이 계시지는 않았다. 우리가 비인기 종목이고, 이번에 아시안게임에 처음 채택된 종목이다 보니까 나갈 때는 '그냥 대회 잘 치르고 오자'는 느낌으로 잔잔하게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생중계도 됐고, 많은 국민분께서 관심 갖고 응원해주셨다고 들었다. 이렇게 인터뷰도 하니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구나. 되게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당당히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준석이다. 그는 "사실 훈련 장소를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7월 전까지는 야외에서 훈련했다. 특히 장마철에 비가 계속 왔다가 그쳤다가 했는데 테이블을 펴고 훈련하다가 비가 오면 테이블을 접고 들어가고, 비가 다시 그치면 카페에서 나와서 테이블을 펴고 다시 훈련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준석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도 추억이구나 싶다. 우리가 그렇게 아등바등 버티고 훈련한 게 테크볼팀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일이었구나 싶어서 좋은 추억으로 보정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도 앞으로는 테크볼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준석은 "우리는 아직 실업팀이 없다. 지금 선수들이 다 생계를 내려놓고 테크볼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낸 덕분에 그런 지원이 생기고, 실업팀이 생길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고생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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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21살 때까지 K4리그에서 뛰었으나 일찍이 은퇴한 뒤 족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테크볼로 전향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준석은 지난 2월 테크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기업 생산직으로 일하며 훈련을 병행했고, 대기업 정규직 계약까지 포기하며 실력을 갈고닦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이준석은 "축구선수 생활을 21살 때까지 했다. 냉정히 생각하면 그때는 이번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미련 없이 축구를 내려놨다"라며 "테크볼을 시작한 계기가 처음부터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아시안게임이 있거나 국제대회가 이렇게 많았던 상황도 아니었다. 내가 축구를 해왔고, 잘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테크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준석.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진 게 지금의 좋은 결과까지 이어진 것 같다.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시안게임에 나가면서 '메달을 딸 수 있을까'라는 생각했고, 사실 두려움도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다음 목표는 올림픽 무대다. 이준석은 "테크볼은 지금 유럽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다. 올림픽위원회와 국제연맹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만약 테크볼이 아시안게임을 넘어서 올림픽 종목으로 들어간다면, 그때도 꼭 출전해서 좋은 결과를 따내는 게 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힘들었던 타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석. 그는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며 '엄마표 찌개'를 떠올렸다. 이준석은 "사실 이번에 가서 밥이 너무 힘들었다. 양도 너무 적었고, 입에도 맞지 않았다. 경기를 하면서 되게 힘들었다"라며 "어머님이 해주신 찌개가 제일 먹고 싶다.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은 이번 대회에서 실력뿐만 아니라 득점 때마다 보여주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세리머니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우리가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도 않고 처음이다 보니까, 상대 선수들에게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파이팅을 외치면 긴장이 풀린다. 그래서 더 소리를 지르면서 긴장도 풀고, 상대의 기선도 제압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점, 한 점마다 세리머니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묵묵히 응원을 보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이준석은 "어머님과 누나는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항상 나보다 나를 먼저 믿어줬다. 뭘 하겠다고 해도 '한번 해봐라'라며 계속 믿어줬다. 어떻게 보면 기다리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내가 철없어 보였던 시간도 많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끝까지 나를 믿어준 덕분에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달을 딴 게 꿈만 같았다던 이준석. 이제는 실감이 날까. 그는 "이제는 조금 실감이 나는 거 같다. 이렇게 많은 분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많은 카메라가 나를 찍어주시니까 '내가 진짜 메달을 따고 온 게 맞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준석은 유송근 대한테크볼협회장과 이용섭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그는 "김은준 선수, 장은서 선수, 이태빈 선수도 정말 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노력했다. 이들에게도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응원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