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3쿼터인데 8점 차로 뒤져 있고, 외국인 선수마저 4반칙에 몰렸다.
원주 DB의 최대 위기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규섭 DB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 승부를 걸었다. 초보 사령탑답지 않은 과감한 결단이었고, 결과는 짜릿한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DB는 4일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026~2027 KCC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의 홈 경기에서 95-8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처음 DB 지휘봉을 잡은 이규섭 감독에게는 정규리그 사령탑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보여준 판단은 초보 감독답지 않았다.
경기 내내 쉽지 않았다. 특히 3쿼터 중반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3쿼터 6분 11초를 남기고 DB는 52-60, 8점 차로 뒤져 있었다. 설상가상 외국인 선수 레이션 해먼즈는 이미 개인 반칙 4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 번만 더 파울을 범하면 그대로 퇴장이었다. 8점 차 열세를 뒤집어야 하는 상황에서 주축 외국인 선수까지 잃을 수 있는 최대 위기였다.
보통이라면 해먼즈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4쿼터를 대비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규섭 감독에게는 비슷한 상황에서 좋지 않은 기억도 있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비시즌에 해먼즈가 파울 4개를 범한 경험이 한 번 있었다. 존스컵에서 필리핀 팀과 경기할 때 괜찮다고 해서 계속 뛰게 했는데 곧바로 5반칙을 당했다. 그 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한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그런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선택을 내렸다.
이 감독은 코치진에 자신의 생각을 전한 뒤 해먼즈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위험을 피하며 4쿼터를 기다리는 대신 당장 눈앞의 승부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미 8점 차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해먼즈마저 빼고 흐름을 내준다면 4쿼터에 승부를 뒤집을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코치들에게 제 생각을 얘기했다. 어차피 4쿼터에는 외국인 선수 한 명만 뛴다. 이렇게 밀린 상태에서 4쿼터를 시작하느니 여기서 승부를 걸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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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기 자체에 대한 승부라기보다 여기서 더 밀리면 4쿼터를 시작했을 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먼즈를 과감하게 투입했다"고 밝혔다.
사령탑 데뷔전부터 나온 과감한 승부수였다.

결국 승부수는 제대로 적중했다.
해먼즈는 5반칙을 피하며 코트를 지켰고, DB는 조금씩 흐름을 되찾았다.
강상재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DB는 격차를 빠르게 좁혔고, 3쿼터 종료 51.2초 전 강상재가 동점 3점슛을 터뜨렸다.
끝이 아니었다. 강상재가 다시 한번 3점슛을 꽂아 넣으며 DB는 74-71로 역전한 채 3쿼터를 마쳤다.
덕분에 DB는 4쿼터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강상재와 이선 알바노가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했고, 이용우와 이유진까지 외곽포를 터뜨리며 격차를 벌렸다.
당초 이규섭 감독에게는 다음 계획도 있었다. 해먼즈로 흐름을 이어간 뒤 4쿼터 중반 헨리 엘런슨을 다시 투입해 승부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카드를 꺼낼 필요조차 없었다. 이용우와 강상재의 활약을 앞세워 DB가 먼저 승기를 잡았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해먼즈가 파울 4개였기 때문에 흐름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가다가 엘런스를 준비시킨 뒤 4쿼터 7분이나 5분 정도 남았을 때 투입해 마무리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다음 플랜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용우와 강상재가 좋은 활약을 해주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고 경기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해먼즈와 나머지 선수들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그대로 밀고 나갔다"고 거듭 강조했다.
초보 감독답지 않은 배짱과 판단력이었다. DB도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날 DB는 베테랑 강상재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19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DB가 추격부터 동점, 역전까지 만들어낸 3쿼터에 3점슛 3개를 꽂아 넣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엘런슨은 19점 8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켰다. 주장 이선 알바노도 15점 11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해먼즈는 13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