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경기하면서 교체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때는 제가 좀 이기적이었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우리WON의 젊은 세터 한태준(22)이 지난 시즌의 자신을 돌아보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을 벤치로 불러들이던 박철우(41) 감독의 선택을 당시에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시즌 후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며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한태준은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해 빠르게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2024~2025시즌에는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세트 성공 1675개, 세트당 평균 11.242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개인적으로도 팀으로서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카드는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체제에서 6승 12패에 그치며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성적 부진 속에 파에스 감독이 물러났고, 지난해 말 박철우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았다.
변화는 극적이었다. 박철우 감독대행 체제에서 우리카드는 남은 정규리그 18경기에서 14승 4패를 기록하며 4위로 도약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KB손해보험을 세트 점수 3-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비록 현대캐피탈에 2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이뤄낸 반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박철우 감독의 선수 운용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 도중 흐름이 좋지 않은 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여 잠시 쉬게 하고, 상황에 따라 다시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젊은 주전 세터 한태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코트에서 계속 뛰고 싶었던 한태준에게 교체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한태준은 "솔직히 경기하면서 교체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한 살이라도 어렸으니까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는 자신이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한태준은 "'나는 계속 뛰고 싶은데 왜 교체하실까'라는 생각도 했다. 속으로 '이겨야 하는데, 이겨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반복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올해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연이어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다양한 팀과 선수들의 경기 운영을 경험하며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한태준은 "국제대회에 나가고 다른 여러 팀을 보면서 감독님이 왜 그렇게 하셨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팀이 이기기 위한 선택을 하셨던 것 같다. 내가 못 해서 교체하신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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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우리카드의 극적인 반등을 이끌었던 박철우 감독은 이제 정식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세심하다. 오랜 국가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한태준에게도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을 강조했다. 한태준은 "감독님이 일단 잘 쉬라고 하신다. 그게 최고라고 하셨다"며 "그런데 내가 원래 쉬면 불안해하는 성격이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웃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한태준의 성장을 기대하는 사람은 박 감독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의 주포로 활약한 하파엘 아라우조(35·등록명 아라우조)도 마찬가지다.
아라우조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6경기에서 809득점을 올려 득점 3위에 올랐고, 공격 성공률 52.13%로 4위, 세트당 서브 0.401개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5, 6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연달아 수상하며 우리카드의 후반기 돌풍을 이끌었다. 시즌 종료 후에는 구단과 재계약하며 한태준과 두 번째 시즌을 함께하게 됐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아라우조도 한태준의 국가대표팀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고 했다. 아라우조는 "몇 경기를 봤는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여름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국제대회를 경험한 것이 한태준에게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에는 훨씬 성숙한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표팀에서 돌아올 날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라우조는 "선수들에게 한태준이 언제 합류하는지 계속 물어봤다. 원래는 일주일 정도 더 쉬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오늘(8일) 합류했다. 우리도 고맙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미 두 선수는 코트 안에서 좋은 호흡을 자랑한다. 한태준은 아라우조가 세터에게 세세한 요구를 하지 않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태준은 "아라우조는 너무 착해서 내가 토스할 때 부담이 별로 없다"며 "조금 높게 줘도 알아서 위에서 때려주니까 그런 부분에서 별로 맞출 게 없다"고 웃었다.
아라우조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토스에 대해 아주 세세한 요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5㎝를 높여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서로의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태준에게는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할 선수도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알리 하그파라스트가 해외로 진출하면서 새 아시아쿼터 선수 마틴 아흐마디(25·등록명 마틴)를 영입했다. 한태준은 "다른 선수들과는 다 맞춰봤지만, 마틴과는 아직 맞춰보지 못했다. 그래서 호흡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팀의 반등과 국가대표팀 경험을 거쳐 돌아온 한태준은 이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부담 없이 시즌을 치르고 싶다. 특히 초반 레이스를 잘 이겨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아라우조 역시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좋은 개인 기록은 결국 팀에 도움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팀으로서는 당연히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