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O의 말

[기자수첩]CEO의 말

김택균 기자
2002.06.03 08:07

(월요일)[기자수첩]"CEO의 말"

"최고경영자(CEO)의 말도 믿을수 없다면 뭘 보고 투자하라는 말입니까"

동양종금증권 주주라고 밝힌 한 소액투자자의 하소연이다. 3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이고, 배당도 할 것이라는 말에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샀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회사측의 발표는 162억원 적자에 배당도 못한다는 것이다.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한데다 종금과의 합병으로 발생한 508억원 규모의 영업권 상각에 따라 적자를 내게됐다'는게 회사측 설명이었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6일. 박중진 동양종금증권 대표이사는 종금과의 합병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는 엄격한 회계기준때문에 배당을 못했지만 올해는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배당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금과의 합병, 엄격한 회계기준'은 흑자와 배당을 약속했던 5개월 전에도 이미 충분히 고려했던 사안인 것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순익이 200억원으로 줄게됐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이 조차도 불과 열흘만에 '거짓'이 되고 말았다.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는 유럽 해운사인 WWL과 합작,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부문을 인수할 신설법인을 설립키로 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불과 하루전인 30일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은 "(협상이) 잘 진척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협상타결 임박설은 오보"라고 못박았었다. 현대상선 주가는 자동차 운송사업 매각타결임박설로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김사장의 부인발언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김사장의 발언을 믿고 주식을 판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 셈이다.

CEO의 신뢰도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좌우되는 'CEO효과'가 증시에 자리 잡은지는 이미 오래다. 말바꾸기를 쉽게 생각하는 CEO에게는 'CEO역효과'가 뒤따른다는 것도 이제는 증시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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