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의선 전무의 놀라운 투자법
200억원짜리 회사 주식을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에 살 수 있을까?
우문(愚問)같이 들리지만 답은 '예스'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나 같은 서민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한국에서 손꼽히는 재벌의 자제 정도가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꿈같은 일이 대기업과 주식시장의 손발이 착착 맞아 벌어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전무(33)는 지난해 10월 '본텍'(구 기아전자)이라는 기아차 협력회사의 지분 30%를 15억원에 샀다. 물론 액면가 5000원에 사들인 것이다. 이후 본텍은 기아차 이외에 현대차 물량도 대폭 납품 받는다는 보장을 받았다. 본텍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기술력은 뒤지지만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 물량을 2003년까지 모두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준 것이다. 그리고 나서 현대모비스는 이달 중 본텍 인수를 확정짓는다고 한다.
본텍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의 상태에 있는 업계 2위에 불과했으나 이같은 물량 확대조치로 최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정 전무가 불과 7개월 전 액면가에 사들인 주식이 이제는 주당 17만원까지 본질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놀라운 투자 통찰력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현대모비스의 본텍 합병으로 정 전무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최소한 1% 이상 취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지분율로만 봤을때 높지 않아 보이지만 현대모비스의 총 발행주식이 8518만주이고 주가가 2만5500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분 1%를 취득하기 위해선 최소한 200억원이 필요하다.
1년도 채 안돼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10배 이상 높아지고 또 이를 통해 200억원짜리 회사 주식을 단돈 15억원에 사들일 수 있는 투자법은 나도 한 번 배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