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 총재의 환율 "훈수"

[기자수첩]한은 총재의 환율 "훈수"

박승윤 기자
2002.06.07 08:01

작성중

주식·채권·외환등 금융시장은 기본적으로 수급에 의해 움직이지만 시장 흐름에 못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정책당국자의 발언이다. 특히 고위당국자들의 한마디는 시장을 출렁이게 한다.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재정경제부등 경제부처 장관들의 금리 발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을 책임지는 당국이 있는데 왜 여기저기서 어줍은 훈수를 해 시장을 헷갈리게 하느냐는 것이다.

박 승 한은 총재는 취임후 금리에 대한 정책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해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높였다. 엇갈리는 경기 전망속에서 콜금리를 올려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고무되어서일까. 박 총재의 발언 영역이 외환시장까지 확대됐다. 재임중 국회 답변이나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정책은 재경부 소관이라 말할수 없다'고 초지일관했던 전임 총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 총재는 지난달 29일 "최근 원화 강세는 원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혀 반등하던 원화 환율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지난 5일에는 "환율이 더 떨어지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해 외환당국의 개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있던 시장 참가자들에게 오히려 '당장은 직접 개입하지 않겠구나' 하는 오해를 유발시켰다. 이날 박 총재는 본의아니게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모습이 됐고 급기야 외환정책당국인 재경부가 '불안심리 안정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고 나서야 환율 급락세는 한풀 꺽였다.

박 총재는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외환정책의 집행자로서 한은도 환율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장관들의 섣부른 금리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요동칠 때 책임있는 당국자로서 느끼는 가슴졸임을 되새겨 보자. '부재기위(不在基位)면 불위기정(不爲基政)이라'(논할 위치에 있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는 논어 말씀은 금리정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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