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이닉스 처리 원칙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해외 유수기업과 전략적 제휴없이 독자생존은 어렵다"
줄곧 하이닉스 매각론을 주장해온 진 념 당시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 4월 어느 조찬모임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후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31일 진 경기지사 후보는 출마지역인 경기도 이천 소재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진, 노조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하이닉스의 '자력 회생' 원칙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달 보름여 사이 하이닉스반도체에 경천동지할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던가. 아니다. 변한 것은 진 념 '부총리'가 진 념 '후보'가 된 것 말고는 없다. 지난 6일 어느 TV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진 념 부총리 후임인 전윤철 부총리는 여전히 "하이닉스반도체는 매각 외에 대안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런 가정을 해 보자. 여전히 진념 후보가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전윤철 부총리가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섰다고 말이다. 실제로 전윤철 부총리는 한동한 정치권에서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랬다면 전 부총리의 발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박병윤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연말까지 유예하게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독자생존 방안을 모색한 뒤 추이를 봐서 독자생존 또는 매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위, 하이닉스반도체, 주채권은행 모두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으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방식이 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철이라는 시간적 요인이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라는 변수 등에 좌우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세상 사는 일에는 거슬러서는 안되는 원칙들이 있다.
원칙들이 마구 무너질 때 개인-기업-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치적 상황보다 먼저 지켜야할 원칙들이 있음을 진후보나 박위원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