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시는 없다?"
여의도에 `16강 기원 대장군' 장승이 있다. 증권거래소 앞마당에, 선물대장군과 옵션대장군 사이에 축구공을 들고 떡하니 서있다. 증권사 빌딩마다 `필승 코리아' 문구를 담은 대형 플랭카드가 나부낀다. 나라 전체가 떠들썩거리는데 여의도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침 출근길부터 아예 빨간티의 물결이다. 당연히 사내 복장규정에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붉은 악마 티에 이 규정을 들이대는 꽉막힌 증권사는 없다. 아니 객장에서 빨간 티를 입고 영업을 하라고 나서는 판이다. 모 증권사는 강당에 모여 월드컵 경기를 보기위해 대형 TV를 새로 장만했단다. 장사는 아예 뒷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사할 대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투자자들의 마음은 월드컵에 가있다. 지난 17일 거래소시장 거래대금이 2조원을 밑돌며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연중최저였다. 이탈리아와의 한판승부가 있는 18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래대금은 2조원을 가까스로 턱걸이하는 정도에 그쳤다. 지수는 800대 초반에서 지루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은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다.
무심한 증시 그 자체다. 18일 오전 종합주가지수가 18포인트 이상 급상승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별로 반기는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 10일 미국전을 앞두고 16포인트 올라 16강에 진출했듯 8포인트 오르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는 글이 메신저를 타고 돌았다. 혹자는 지수가 828로 마감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82(빨리) 8강가야 한다'는 뜻에서.
매수주문을 통해 8강을 기원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18일 오전 한때 신영텔레콤에 대한 매수주문이 777주씩 나왔다. 행운을 상징하는 7자를 통해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해석이었다. 매수는 물론이고 매도 주문도 끝자리 3자리를 777로 장식했다. 저가종목이어서 부담이 덜 하겠지만 이 정도면 이미 투자도 없고 증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