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다우 8000 붕괴.."더블 딥"

[뉴욕마감]다우 8000 붕괴.."더블 딥"

뉴욕=정희경 특파원
2002.07.23 05:54

[뉴욕마감] 다우 8000선 붕괴

[상보] 미국 주식시장이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새로운 한 주를 여는 22일(현지시간) 다우 8000, 나스닥 1300선이 동시에 붕괴되는 등 급락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특히 3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극적으로 상승 반전한 후 다시 비슷한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 전망, 회계부정 스캔들 파장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기관들의 지수 변동에 따라 포지션을 수시로 조정한 결과로 프로그램 매물이 급증한 것도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날 악재는 월드컴이 예상대로 전날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보호를 신청한 데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 씨티가 엔론의 부채를 현금으로 포장하는 기법을 제시, 회계 부정을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었다. 여기에 텔레콤 업체와 에너지 중개업체 등의 실적 경고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1주 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불신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관한 연설에 앞서 펀더멘털론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브로거는 아니지만 경제 성장의 펀더멘털이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의미있는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수는 그의 발언에도 낙폭을 키워나갔다.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인 19일 390포인트 폭락한데 이어 이날 234.22포인트(2.93%) 떨어진 7784.44로 장을 마쳤다. 다우 지수는 이로써 지지선으로 간주됐던 8000선은 물론 7800선까지 단숨에 무너졌다. 다우 지수 8000선 붕괴는 9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다우 지수는 앞서 19일까지 2주일간 1360포인트 급락, 1987년 10월 증시붕괴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36.53포인트(2.77%) 급락한 1282.62를 기록, 1300선이 무너졌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 역시 27.92포인트(3.29%) 내린 819.83으로 마감돼 800선마저 위태롭게 됐다. 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지수도 6.55포인트(1.7%) 떨어진 379.65를 기록했다.

이런 부진을 감지한 유럽 증시는 앞서 런던, 프랑스, 독일이 모두 5% 급락하는 부진을 보여 세계 증시가 침체에 허덕이는 양상이다.

미 증시는 이날 약세롤 출발한 후 곧바로 상승반전했다. 그러나 별다른 호재를 발견하지 못하자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해 낮 12시30분 7700선이 위협받았다. 이후 반등을 시작해 다우 지수의 경우 오후 2시 상승반전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중 바닥 형태(더블 딥) 였다.

거래량은 증시 변동성이 무척 커짐에 따라 지난 주말에 이어 많았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21억6600만주가, 나스닥에서는 23억2100만주에 달했다. 반면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크게 압도하고, 업종별로는 생명공학이 소폭 반등한 것으로 제외하고는 일제히 하락해 이날의 급락세를 입증했다. 나스닥에서는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을 24대 9 정도로 많았고, 뉴욕거래소에서는 25대 6으로 하락 종목이 4배 이상 웃돌았다.

업종별로 은행, 금, 정유 등의 낙폭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들 보다 낙폭이 적었으나 1.94% 떨어진 357.01을 기록했다. 램버스가 2.5%, AMD가 0.7% 각각 상승했으나 인텔은 1.8% 떨어졌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8.6% 급락했다. 정유주의 경우 유가 급락으로 크게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8월 인도분은 나이지리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로 4.4% 급락한 26.60달러에 거래됐다. 이 여파로 엑손모빌 등이 크게 하락했다.

증시 바닥 여부를 놓고 낙관과 비관의 시각이 팽팽해 지고 있는 가운데 유명 투자전략가들은 연말과 내년 주요 지수의 목표가를 하향, 눈길을 끌었다.

리먼 브러더스의 제프리 애플리게이트는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의 연말 종가를 1200포인트에서 1075로 낮춰잡았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 역시 1만1500에서 1만250으로 하향했다. 그는 특히 S&P 500 지수의 내년 목표가를 1125로, 다우 지수의 경우 1만750으로 각각 잡아 내년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의 예상대로면 S&P 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고작 4.65%, 4.87% 상승하는데 그치게 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증권의 토마스 맥매너스 역시 S&P 500 지수의 12개월 목표가를 1150에서 1000으로, 다우 지수는 1만400에서 9400으로 각각 하향했다. 나스닥 지수는 2250에서 1650으로 크게 낮추었다.

한편 채권과 달러화는 대조적으로 강세였다. 10년물 채권 금리는 4.46%로, 30년물의 경우 5.29%로 각각 떨어졌다. 달러화 역시 엔/달러 환율이 지난주 말 115.69엔에서 116.38엔으로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유로는 1.0069달러로 지난 주말의 1.0149달러보다 하락했다.

이날 개별 종목별로는 통신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 최대의 지역전화회사인 벨 사우스는 이날 통신서비스 수요 감소로 2분기 순익이 67% 급감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18.1% 폭락했다. 메릴린치는 이 회사의 투자 의견을 '장기 중립'으로 낮추는 한편 버라이존과 SBC커뮤니케이션 등급도 하향했다. 이 여파로 두 회사는 각각 11.6%, 10.1% 급락했다.

씨티그룹도 11% 급락했다. 씨티는 엔론에 비정상적인 금융기법을 제공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보도가 부담이 됐다. 또한 엔론이 에너지 거래 명목으로 씨티는 물론 JP모간 체이스 등으로부터 50억 달러를 조달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로 JP모간체이스 및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각각 6%, 8% 급락했다. 이들 금융주에 월드컴이 파산 보호를 신청해 손실이 분명해 질 것이라는 점도 악재가 됐다. 그러나 월드컴은 55.5% 폭등한 14센트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및 에너지 중개업체인 윌리엄스는 2분기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하고, 분기 배당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61% 폭락했다.

반면 3M을 비롯해 소비재들은 침체 속에 선전했다. 3M은 분기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연간 전망을 상향하며 0.1% 올랐다.

또한 UBS워버그가 등급을 상향 조정한 프록터 앤 갬블(P&G)과 질레트 등도 각각 4% 상승했다. P&G는 이날 올해와 내년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 2위의 자동차 업체 포드는 UBS워버그가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보유'로 높였으나 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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