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또 하락" S&P800선 붕괴
[상보]
투자자들이 방향을 정하지 못한 미국 주식시장이 23일(현지시간) 다시 하락했다. 산발적인 반발 매수로 지수는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바닥에 대한 확신 부족과 계속되는 회계 부정 스캔들로 하락 마감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최근 11일장 17.6% 떨어지는 급락세에 따른 반발 매수로 오전 한때 1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오후 1시 하락 반전했고 이후 두차례 상승권에 진입했으나 막판 다시 떨어졌다. 결국 82.24포인트(1.06%) 하락한 7702.34를 기록, 간신히 7700선에 턱걸이했다.
씨티와 JP모간체이스가 엔론의 부실한 회계를 알고도 이익을 위해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전날에 이어 급락한 게 결정타였다. 씨티와 JP모간체이스는 각각 15.7%, 18.1% 폭락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9분기 연속 손실 등 실적 부진에 눌린 기술주들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3.67포인트(4.18%) 급락한 1228.98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해 10월이후 가장 큰 폭이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도 오전 한때 상승하기도 했으나 줄곧 하락권에 머물다 21.42포인트(2.61%) 내린 798.43을 기록, 800선 마저 무너졌다. 이는 97년 5월 1일이후 처음이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 2000 지수 역시 15.73포인트(4.14%) 급락한 363.72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닥권에 이르러 조만간 급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투자자들은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특별한 상승 촉매가 없는 장을 시소게임으로 이끌었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리는 것도 이런 추세에 일조했다. 기술적 분석가인 존 볼링거는 모멘텀이 바뀌고 이것이 지속되는 것을 확인한 후 매수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불확실한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에게 증시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필립 어랭거는 여전히 침체장이지만 S&P 500 지수가 944선을 시험할 만큼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거래량은 뉴욕거래소 24억3400만주, 나스닥 24억4500만주로 연중 최고 수준이었다. 지수가 다시 하락하면서 내린 종목은 오른 종목을 크게 앞질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26대 5대로, 나스닥의 경우 26대 8로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 보다 많았다. 특히 52주 신저가 종목은 뉴욕거래소에서 601개로 신고가를 기록한 17개를 압도했고, 나스닥에서는 신저가 종목이 417개로 신고가를 기록한 65개보다 7배 가량 많았다.
업종별로는 소비재를 제외하고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달러화 강세로 금값이 내려가면서 금 관련주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은행, 네트워킹, 하드웨어, 텔레콤 등도 낙폭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제외한 나머지 15개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4.93% 급락한 339.41을 기록했다. 테러다인과 램버스는 11.2%, 9.7% 각각 떨어졌다. 인텔과 AMD도 2.4%, 3.2% 하락했다.
독자들의 PICK!
달러화는 이날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116.31엔에서 117.13엔으로 상승했고, 유로/달러는 99.27센트로 거래되며 1.0078달러를 기록했던 전날 보다 크게 떨어졌다. 채권은 혼조세였다. 10년물 수익률은 4.45%로 상승한 반면 30년물의 경우 5.30%로 내려갔다.
금융주들이 급락한 것은 엔론사태를 조사한 상원 위원회가 월가 투자은행들이 수수료 등의 수입을 얻는 대가로 엔론의 부적절한 회계를 감추는 것을 지원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조사 책임자인 로버트 로치는 이날 청문회에서 엔론이 주요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대규모 회계 부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기술주들은 잇단 실적 경고로 순익 개선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 타격을 받았다. 전날 컴퓨터 어소시에이츠는 손실이 예상보다 축소됐으나 연간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20.8% 폭락했다.
루스튼 테크놀로지 역시 텔레콤 투자 위축으로 9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 21.4% 떨어졌다. 루슨트의 주당 순손실의 2분기 2.3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5센트보다 크게 늘어났다. 루슨트의 최고경영자인 패트리카 루소는 투자 위축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 텔레콤 장비 업계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는 이날 2분기 손실이 127억달러에 이르고 매출은 6% 이상 떨어졌다고 발표, 텔레콤주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AT&T는 7% 급락했다.
이밖에 에너지 중개업체들도 줄줄이 급락했다. 채권발행을 취소하고 현금 흐름 전망을 40% 줄인 다이너지는 64% 폭락했다.
한편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도 보험사들의 실적 경고 여파로 금융주의 급락한 가운데 전날보다 낙폭을 줄였으나 하락세를 이어갔다.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0.96% 떨어진 3856.0을 기록, 6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파리의 CAC40 지수도 2.53% 하락한 3070.16을, 프랑크푸르트의 DAX 지수는 4.76% 급락한 3515.83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