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탈출구없는 대금업

[기자수첩]탈출구없는 대금업

최명용 기자
2002.08.22 12:30

[기자수첩]탈출구없는 대금업

“알프레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이 이달 말 일본대금업체 레이크사의 한국지사장으로 온답니다. 1000억원정도 들고 온다는데. 소식들으셨어요”

기자는 최근 한 토종 대금업체 사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신빙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호리에 행장이 일본 대금업체 레이크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으니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이 이해는 됐다. 레이크는 GE캐피탈이란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일본내 5위의 대금업 회사가 아닌가. 원화로 8조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회사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토종대금업체 사장의 목소리가 다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일본계의 국내 대금업 시장 잠식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A&O인터내셔널등 아에루 계열 7개사는 1조원에 가까운 대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10여개의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성업중이다. 창구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심지어 순번 대기표를 나눠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여기에 최근 일본에서 들어온 대금업체 4군데가 새로 지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국내 대금업시장을 일본계가 고스란히 삼킬 태세다.

그런데 여기에 맞서야 할 국내 금융사들은 어떤가. 은행들은 대금업 진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큰소리로 대금업 시장에 진출하겠다던 은행장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어보기 힘들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만 영업을 개시했을 뿐이다.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 금융사들은 신용대출 한도제한이라는 덫에 묶여 주춤하고 있으며 저축은행들은 높아만가는 연체율을 잡느라 신규 대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토종대금업체들은 공동대출상품 등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폭력과 탈법으로 얼룩졌던 `과거' 때문에 고객들이 섣불리 찾지 않는 모양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에 일본 자본의 국내 진출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조만간 일본계의 안방이 돼 버린 한국 대금업시장을 목도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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