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은행간섭 논란

[기자수첩]정부의 은행간섭 논란

박재범 기자
2002.08.28 16:15

[기자수첩]정부의 은행간섭 논란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지난 12일 한 강연에서 '정부 지분을 조속히 처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서 비롯된 '정부의 은행경영 간섭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경영 간섭은 없으며 정부 지분도 원칙에 따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쟁점은 정부가 보유지분을 빌미로 은행 경영에 간섭하고 있는지 여부에 맞춰져 있다. 은행권에서는 개입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전 부총리와 재정경제부에서는 강한 부정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가 국민은행과 공기업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기업들의 경영에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 장관은 "정부 지분이 9%인데도 감사와 주무부처의 간섭이 많아 정부투자기관으로 있을 때와 다름없다"는 김 행장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서 은행장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듣기에 따라 정부의 간섭을 경제관료가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개입 여부보다는 개입을 느끼는 당사자를 이해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정부의 은행 소유는 불가피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같은 관치금융이나 간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누차 강조해왔고 간섭이나 개입은 많이 완화됐다. 그러나 '많이 완화됐을 뿐'이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정부가 지분을 갖는 것만으로도 금융기관에서는 간섭과 개입을 느끼는 것 역시 현실이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잘 해 준다해도 같이 사는 것만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게 며느리의 심정이다. 우리금융, 조흥, 제일, 제주, 국민은행 등에 이어 곧 국내 3위의 하나-서울 합병은행도 정부의 며느리가 된다.

간섭 안했다고 강변하기에 앞서, 며느리의 하소연을 구박하기에 앞서 며느리의 현실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멀리있는 민영화보다 눈앞의 마인드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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