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부의 도전과 시련
시련의 끝은 어디인가. 반도체 사업에 사운을 건 동부그룹과 김준기 회장 앞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부그룹은 28일 아남반도체 인수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인수 자체를 포기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산업을 세계 3강으로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아남반도체 인수를 발표한지 불과 1달여만에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부는 아남반도체 최대주주 암코테크놀로지의 약속 불이행에 따라 불가피하게 인수를 재검토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아남반도체 경영권 인수 전제조건으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와의 기술제휴와 제품공급을 약속했던 암코측이 이를 지키지 못한 만큼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동부의 아남반도체 인수 발표 당시부터 채권단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동부그룹 여력에 비춰볼 때 2000억 가까운 자금이 소요되는 아남반도체 인수가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추가자금 지원 중단 움직임 등 견제카드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동부는 아남반도체가 10여년 동안 진통을 거듭해온 반도체 사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인수를 강행했다. TI와의 협상이 성사될 경우 매년 최고 5억달러(약 6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만큼 올 상반기 매출이 41억원에 불과한 동부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 월 3만장의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단숨에 덩치를 키울수 있다는 것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아직 결과는 미지수다. 최근 동부와 암코의 부산한 움직임은 아남반도체 매각조건을 둘러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일련의 상황과 관련,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인 동부가 주력사업 진로를 놓고 좀더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