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이닉스와 `희망사항`
미국의 반도체 뉴스제공업체인 EBN의 보도가 29일 증시에서 하이닉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했다.
하이닉스의 재정자문사인 도이체방크가 '25억달러의 부채탕감'을 골자로 하는 채무재조정안을 마련, 채권단에 요구했다는 것이 뉴스의핵심내용이다. 이 기사는 미국 산호세에 소재한 하이닉스의 마케팅 부문 부사장의 말을 인용, 하이닉스가 계속 생존하기 위한 차원에서구조조정안이 마련됐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최종적인 구조조정안의 확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외신이 전한 '독자생존'에 비중을 둔 소식 하나가 투자자들에게 먹혀들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EBN의 보도는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매각을 염두에 두고 국내 부채중 무담보채권의 절반을 출자전환 또는 채권감면하겠다는 것을 오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는 구조조정 완결과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하이닉스는 기업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희망사항'을 얘기해왔으며 이날 하이닉스 부사장의 말 역시 하나의 바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문제는 모두가 하이닉스에 대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희망사항'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채권단의 운신의 폭만 좁아진 채 하이닉스 처리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점이다.
이는 주주로서의 채권단은 물론 하이닉스나 증시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구조조정안 확정이 지연되면서 채권단은 그만큼 소모되고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있으며 시장도 불안한 요동을 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렉산더가 '고르디오스의 매듭'을 과감하게 칼로 잘랐듯이 이해관계의 매듭을 소신있게 자를 수는 없을까. 정치인들이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하이닉스 처리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들기 전에 말이다.
'국민의 정부'가 행한 '빅딜(big deal)', 마이크론과 벌인 '빅딜'이 모두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을 시장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